챗GPT 같은 인공지능(AI) 기술력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AI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AI 신약 개발은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전통 제약사와 AI 기술을 갖춘 기업이 협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에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전통 제약사들이 데이터 AI 플랫폼 기술을 가진 다양한 AI 기업들이 손잡고 신약 후보 물질 발굴 단계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죠.
AI가 신약 개발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기술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국내 AI 신약개발은 아직은 초기 단계로 양질의 데이터 축적이 가장 중요하지만, 가시적 성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웅제약은 2021년 12월 AI 신약팀을 별도로 만들어 비만과 당뇨 치료제 영역에서 두 가지 표적 단백질에 동시 작용하는 활성 물질을 발굴하는데 성공한데 이어 항암제 영역에서도 암세포 억제 효능을 보이는 활성 물질을 발굴했습니다.
외부 AI 전문 업체와 협업도 적극적이죠. 2020년에 AI 신약 설계 플랫폼을 보유한 미국 바이오기업 A2A파마슈티컬스와 함께 항암 신약 후보물질을 위한 공동연구를 하고 있고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 온코크로스와는 당뇨 치료 신약 엔블로 적응증 확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의 신규 적응증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JW중외제약도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을 통해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해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JW중외제약은 자회사인 C&C신약연구소를 통해 미국의 인공지능(AI) 신약개발 기업 크리스탈파이(XtalPi)와 저분자 화합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죠.
C&C신약연구소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25년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STAT5/STAT3 이중 억제제 후보물질 CNC-01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습니다. 해당 물질은 자사의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연구개발 통합 플랫폼 제이웨이브(JWave)를 통해 발굴돼 2023년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AI 신약 개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3년 9억270만 달러(1조3000억원)에서 연평균 40.2% 성장해 2028년에는 48억9360만 달러(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도 AI 신약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K-멜로디)를 만들어 역량을 모으고 있습니다.
K-멜로디는 제약바이오 기업과 기관들의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킨 뒤 이를 공유함으로써 국내 AI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신약개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K-멜로디 프로젝트를 통해 참여 기업들의 AI신약개발 기술 고도화, 연구개발 비용 절감, 민·관 데이터 협업 활성화 등이 가장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미래 신약 개발산업은 AI 플랫폼 기술 역량에 따라 판도가 바뀔 것이 자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차세대 바이오 AI 융합 산업에서 선진국을 앞서 나가는 세밀한 전략을 새 정부에서 짜야 할 것입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