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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의 어두운 그림자

밤 사이에 현대자동차 노사가 임금 협상 타결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4년 연속 분규 없이 타결됐다는군요. 거의 모든 언론은 긍정적인 톤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굉장히 씁쓸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나는대로 몇 가지 적어 봅니다.


현대차 노사 합의 내용


먼저 내용을 볼까요?


19일 저녁 현대차 노조는 단체교섭 잠정합의 찬반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 4만6413명 중 2만4225명(61.9%)이 찬성했고, 반대는 1만4797표(37.8%)였습니다. 반대는 임금 인상률이 작다는 의사 표시겠죠? 설마 합의안이 과하다고 반대했을 가능성은 없을 겁니다. 합의안이 불만스럽다는 의사표시겠죠.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기본급 4.3% 인상(9만8000원, 호봉승급분 포함)과 수당 1만원,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원, 하반기 목표달성 격려금 100%, 미래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특별격려 주식 20주,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입니다. 대단합니다. 현대차가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니까 이 정도 임금을 받는 건 당연할 수 있겠습니다.


현대차 노조원들에게만 좋은 일이지 대한민국에 좋은 일인가?


그런데 현대차 비정규직은 어떨까요? 여기에 하청업체, 하청의 하청업체는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내려갈수록 임금은 낮아지겠죠. 옛날 사진 한번 볼까요?



연합뉴스가 보도한 이 사진은 2010년 11월 22일 울산시 북구 오토밸리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금속노조 제28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행사장에 입장하는 대의원들에게 “총파업으로 비정규직을 도와달라”며 큰 절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비정규직의 요구는 정규직 전환, 임금협상에 응하라는 내용입니다. 현대차 사측이 응하지 않고 있으니 정규직 노조에서, 그 상급인 금속노조에서 좀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무릎꿇고 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했을까요? 시큰둥했습니다. 자기들 일 아니라는거죠. 이와 관련해서는 당시 기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현대차 사측-비정규직 강경 대치)


연대가 사라진 노동운동


이 장면은 한국의 노동자들이 어떻게 계급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조선시대에 사농공상의 신분계급이 있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에는 정규직-비정규직-하청-재하청으로 내려가는 신분계급 사회입니다. 이들 계급 간에 ‘연대’는 있습니까? 없습니다. 정규직 노조는 내 몫을 챙기면 그만인 겁니다. 연대는 없습니다. 골치 아프잖아요. 내 연봉은 매년 잘 오르고 있고, 각종 수당과 복지도 풍족한데 비정규직이니 하청이니 재하청이니 같이 나눠먹으면 몫이 줄어들게 뻔하잖아요.


같이 살자고요? 민주노총이 언제 같이 살려고 노력했나요? 이런 이야기하면 재벌 총수들이 가져가는 배당금 이야기합니다. 사내유보금 이야기도 하구요. 마치 현찰 두둑하게 몇 십 조원 쌓아놓은 줄 알고 떠드는 진보라는 무리들의 무식한 이야기는 그냥 패스할렵니다. 사내유보금 개념 이야기해봐야 입만 아픕니다. 어차피 알려줘도 알아먹지 못하거나 무시할테니까요. 그러고는 계속 대기업 곳간에 현찰 두둑히 쌓아놓은 것처럼 떠들테니까요. 언론이라도 제발 이런 기사 안썼으면 좋겠습니다. 사내 유보금이 무슨 예금통장에 잔고가 꽉꽉 차있는 개념이 아니라니깐요.


대기업 총수들 가져가는 거 빼앗아서 나눠봐야 몇 푼이나 된다고 그러는지 계산이라도 해봤는지 모르겠습니다. 대기업 총수 제껴놓고 얘기해봅시다. 민주노총 소속의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자기들보다 더 힘든 노동자들과 함께 살기 위한 그 어떤 노력을 했나요? 가슴에 손 얹고 생각해보세요. 아닌 말로 비정규직 깔보고 그들보다 자기들이 신분 높은 계급처럼 굴어대지 않았습니까?


솔직히 진보라는 작자들이 떠드는 ‘더불어 살자’ ‘같이 살자’ 등등 온갖 미사여구가 무슨 소용입니까? 말로만 민주주의 떠들고, 정의 떠들고, 공정이니 떠들면 무슨 소용입니까? 실천하지 않는 그 모든 것은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야 할 기만이고 사기일 뿐입니다. 조국 사태는 그 기만적인 행태의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었을 뿐입니다. 속된 말로, 온갖 고고한 선비처럼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맞는 말만 하면서, 때로는 누추하고, 때로는 비굴하기도 하고, 때로는 속물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기죽이더니, 알고보니 조국도 강남 부자들이랑 다를 거 하나 없었다는 거 아닙니까? 속물 그 자체였다는거 아닙니까? 그러니 진작부터 진보 진영의 온갖 잘난체 하는 훈장질에 대해 x선비질이라는 소리가 나왔던 거죠.


그래서 거창하지 않아도 실제의 삶을 민주적으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고, 공정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고, 실제로 같이 살아가기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하는 게 중요합니다. SNS에서는 자신이 얼마나 진보적인 인간인지, 정의로운 인간인지 드러내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이, 아바타 키우듯이 현실의 인격체와는 별도로 새로운 인격체 만들면서 자기 자신을 포장질하는 사람들이, 그 노력의 1/10이라도 실제 삶에서 노력을 했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이었을 겁니다.


오늘날 대기업과 공기업의 높은 임금은 연대 투쟁의 결과물


노동의 양극화라고 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간극은 물론이고요. 대기업과 공기업 직원들은 대한민국 상위 10%에 드는 연봉을 받습니다. 강력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라는 집단의 엄호를 받고, 정의당과 민주당의 비호도 받습니다. 견고한 성곽이어서 무너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 사람들이 누리는 풍족한 노동권은 이 사람들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화 투쟁이 6.29 선언으로 대충 마무리된 이후 7월부터 9월까지 그 유명한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났습니다. 이 때 노동자들만 싸웠습니까? 시민들과 학생들이 지방 곳곳 현장에 내려가서 같이 싸웠습니다. “같이 살자”며 연대했습니다.


지금 어떤가요? 30년 넘게 지났습니다. 대기업과 공기업은 강력한 보호를 받으며 임금이 계속 상승하는 동안 성 바깥의 노동자들은 제자리 걸음입니다. 그만큼 격차가 벌어져서 신분사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대기업 총수-대기업 임원-정규직 노동자-비정규직-하청-재하청으로 내려가는 신분제 말입니다. 지금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그 산하 기업 노조들은 이미 상류사회에 편입된지 오래입니다. 그런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들이 약자들과 연대를 했습니까? 안했습니까? 심지어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야근 없애는 것도 추가 수당 줄어들까봐 양보 안하는 대기업 노조 아닙니까?


현대차 임금협상 타결은 대기업과 귀족노조의 담합


제 결론은 그렇습니다. 4년 연속 무분규라는 허상 속에 감춰진 실체는 담합입니다. 노조라는 외피를 뒤집어썼지만 노조가 없는 삼성그룹과 무슨 차이가 있나요? 아닌말로 웬만한 삼성그룹 직원들은 노조가 왜 필요하냐고 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업도 돈 잘 벌어, 그래서 직원들 국내 최고 연봉 줘, 복지 풍족해 뭐가 불만이겠습니까? 노조가 있고 없고의 형식을 떠나서 실체를 보자는 말입니다. 노조 있는 현대차가 자기들 임금 올리는 거 말고 뭐했나요? 무슨 연대를 했나요?


현대차 노조는 사측과 함께 견고하게 쌓은 성벽 안에서 공존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나눠먹고 있고, 비정규직과 하청, 재하청 노동자들은 성 바깥에서 떨고 있습니다. 연대요? 같이 살자고요? 더불어 살자고요? 뻔지르르한 형용사, 부사 남발하는 문학적 미사여구 그만 좀 씁시다. 솔직히 역겨워요.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인수위 때부터 스웨덴과 네덜란드 등 서유럽과 북유럽의 ‘사회적 대타협’을 연구해서 국내에서 시도해보려고 노력하다가 포기했습니다. 왜 포기했냐구요? 민주노총 때문에요. 그 내용을 일부 보여드리죠. 이 내용은 제가 쓴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에 실린 겁니다.(책은 출판사가 망해서 절판됐고, 새로 고쳐 써서 두 권으로 나누어 펴낼 예정입니다.)



대기업 중심의 민주노총과 그 바깥에 있는 노동자 간의 격차를 말하면서 말로만 격차 해소를 외치는 진보 진영의 위선을 비판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 발언은 2003년 8월 13일에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가까이 됐습니다. 달라진 게 있나요? 없습니다. 발언은 며칠 뒤에 또 이어집니다.


이건 2003년 8월 25일 6개 경제신문과 가진 합동 인터뷰에서 한 발언입니다. 강력한 노동법의 보호와 높은 연봉을 받는 대기업과 공기업 중심의 민주노총에 대해 법과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천명합니다. 그리고 비정규직을 위해서 노동 유연화를 넓혀가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러자 또 노동자 탄압한다는 둥, 신자유주의라는 둥 비판만 날아들었죠.


지금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타결은 담합에 가깝습니다. 이건 고 정주영 회장의 혜안이기도 합니다. 정 회장은 1980년대 노동자 대투쟁 당시 친노조로 비춰질 정도로 현대차 노조를 인정하고 임금 인상을 해줬습니다. 이 작전은 노동운동의 파장을 현대차 안에서 해결하겠다는 발상입니다. 외부 노동운동과 현대차 노조를 분리시키는 작전입니다. 정 회장 입장에서는 현대차 직원들만 신경쓰면 된다는 발상이었고 이 작전은 주효했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사실상 민주노총 등 큰 단위는 물론이고 금속노조같은 산별노조와도 별개의 노조입니다. 그냥 따로 가는 겁니다. 왜냐? 현대차 사측에서 노조 비위 잘 맞춰주면서 왔거든요. 이게 비용이 덜 먹힌다는 것도 알았고요. 무노조 삼성그룹과 노조있는 현대차는 겉모습만 다를 뿐 본질은 똑같습니다.(그렇다고 제가 노조 친화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저의 노조 활동 이야기는 따로 쓸 기회가 있을 겁니다. 곧)

그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의 견고한 성곽 바깥에는 비정규직과 하청, 재하청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보호할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나마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하나 관철하지 못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말로만 노동자 보호 어쩌고 했지, 동일노동-동일임금 하나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동일노동-동일임금만 관철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노동 계급 내부의 양극화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겁니다. 왜 안합니까? 검수완박 밀어부칠 힘으로, 실제 우리 삷을 바꿀 수 있는 이런 거 하나 왜 안했습니까? 당명에서 ‘더불어’ 떼세요. 더불어는 개뿔이나… 대기업과 공기업 귀족노조와 결탁한 게 민주당 아닙니까? 온갖 공기업에 사장이니 감사니 하면서 낙하산으로 내려가서 뭐했습니까? 높은 연봉 받으면서 운전기사 딸린 고급 세단 뒷좌석에 앉아서 트렁크에 골프백 싣고 다닌 거 말고 한 게 뭐가 있습니까? 공기업의 방만 경영 하나 시정하지 못한 감사는 왜 그렇게 차지하고 앉았습니까?


미국 노동운동이 망한 경로를 따라가는 한국 노동운동


오늘날 미국은 노조가 활성화되지 않은 나라로 유명합니다. 처음부터 그랬을까요? 전혀요. 노동절로 불리는 메이데이가 미국 노동운동에서 비롯될 정도로 미국에서도 노동운동은 활발했습니다. 특히 1930년대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재임 중에 ‘뉴딜연합’이 형성되면서 그야말로 대약진이 일어났고 노동운동도 활발해졌습니다. 노동법 자체도 이 때 처음 만들어질 정도였습니다.


물론 마르크스주의 관점을 가진 노동운동의 주류 세력들은 이 당시 뉴딜연합조차도 엄청나게 폄하합니다. 폄하를 넘어 뉴딜연합도 기만적이라고 비판합니다. 이 사람들한테 묻고 싶은 게, 그러면 뭐 마르크스주의 내세웠던 소비에트랑 중국은 대단한 노동자의 나라를 만들기라도 했습니까? 동물농장 만들고, 수백만 명의 인민들 굷겨죽인거 말고 뭐가 있습니까? 골고루 평등하게 고만고만하고 입에 풀칠하며 사는 나라요? 지금도 마찬가지죠. 러시아와 중국에 무슨 노동권이 있습니까? 박정희 유신정권과 똑같은 최악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 아닙니까? 극소수의 올리가르히와 태자당이 부를 독점하고 나머지 인민들은 평등하게 고만고만하게 사는 나라 만들었잖요. 1980년대 운동권에서 사회구성체 논쟁할 때 우리나라가 신식민지반봉건체제냐, 국가독점자본주의체제냐 어쩌고 싸웠는데 중국과 러시아야말로 대표적인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잖아요. 북한은 봉건체제고요. 소위 진보진영 운동권 논리대로라면 중국과 러시아는 때려부셔야 할 체제 아닌가요? 근데 그 운동권들이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인 친중, 친러 스탠스를 갖고 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죠. 미 제국주의에 맞선다는 명분 하나 말고 무슨 명분이 있습니까?


'짱개주의의 탄생'같은 허접한 책이 2022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에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중국 체제에 대한 ‘비판’을 중국 ‘혐오’로 바꿔치기하면서 옹호하는 그 사람은 시진핑 장학생인가요? ‘토착왜구’ 타령하는 사람들 표현으로 ‘토착짱깨’인가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런 책을 추천한 것에 대해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덕분에 이 형편없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책을 읽지 않기를 바랍니다. 문 전 대통령이 책 내용에 동의하지 않고 참고로 추천만 한건지 어떤건지 잘 모르는 입장이지만, 추천받을 새로운 관점도 없는 책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중국을 옹호하는 논리 자체가 586 세대의 1980년대식 철지난 낡은 관점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비판이 서구적 관점이면 박정희 정권 비판 좀 그만들 합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싱가포르의 리콴유와 말레이시아 마하티르가 자신들의 독재 체제를 옹호할 때도 서구 관점 운운했습니다. 그래서 서구 관점의 민주주의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시아적 가치’를 내세운 리콴유-마하티르와 국제적인 논쟁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구 관점에 포획되어 편견을 갖고 아시아적 가치를 혐오한 건가요?)


어떻든 미국 노동운동도 뉴딜연합으로 활발해졌는데 이게 1960년대를 거치면서 완전히 망했습니다. 왜 망했냐? 각 기업별 노조의 이기주의 때문입니다. 임금 인상 투쟁만 하고 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좋았죠. 1930년부터 1960년대까지는 전 세계가 복지국가를 꿈꾸던 시절이었고, 경제도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시기입니다. 양차대전 이후 폐허 속에서 경제부흥이 일어났으니 임금이 폭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노동운동도 힘을 받고 임금 인상을 주도해나갔습니다. 그 이후 어떻게 되었나요? 연대가 무너진 자리에서 각 기업별로 각개 격파 당했습니다. 반면 유럽은 그야말로 노사정이 대타협으로 일궈낸 문화를 힘겹게나마 지켜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미국 노동운동의 추악하고 어두운 이면에 대한 영화로는 잭 니콜슨이 주연한 <호파 Hoffa>를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사법고시 공부하던 1993년에 머리 식히러 비디오방에 가서 봤는데 정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내용도, 영화배우도요. 약자의 위치에서 출발한 노동운동 지도자의 뜨거운 열정이 마피아와 결탁해 부와 권력을 거머쥔 기득권이 되어 의문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담겼습니다. 호파라는 인물은 미국 노동운동의 몰락을 상징합니다.


Hoffa (1992) - IMDb


한국 노동운동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현대자동차 노사 협상 타결 소식에 묻힌 뉴스 하나 가져왔습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


<매일노동뉴스>라는 노동전문언론이 7월 19일에 내보낸 [조선소에서 일한 지 23년] 최저임금 받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굽은 손가락기사입니다라는 기사입니다.(파란색 제목을 클릭하시면 기사로 이동합니다.) 기사에 담긴 사진부터 보시죠.



올해 60살이 된 23년차 도장 노동자의 손가락은 노동 과정에 변형이 일어났고 엄청 아팠다고 합니다. 그래도 병원을 가지 않았는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노동자도 이번에 파업에 동참했는데요. 이 분이 대우조선해양에서만 18년째 일하고 있지만 올해 4월까지 최저시급 9160원을 받고 일했다고 합니다.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요? 20년 가까이 일한 사람 월급이 최저 시급 수준이라고요? 목숨 걸고 파업할만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어떤 입장일까요? 오늘 나온 두 개의 기사 제목부터 보시죠.


“하청노조 불법파업 그만”…대우조선 사무직 맞불 농성

하청노조 현수막 17개 훼손 혐의, 대우조선 직원 입건

대우조선 노조, “회사와 공멸 위기”… 금속노조 탈퇴 논의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노조는 하청노조 파업에 동조하고 있는 금속노조에서 탈퇴한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보면서 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다시 솟구쳤습니다. 소위 노동자 보호를 외치던 민주당 정권 시절 뭐 했나요? 이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문제인가요? 대우조선해양은 공적 자금이 투입돼서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입니다. 사실상 정부가 관리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와 감사도 민주당 정권이 임명하잖아요. 뭐 했습니까? 그래놓고 사태가 터지니까 ‘용산참사’ 운운하고, 친 민주노총 시민들은 ‘희망버스’ 운운합니다. 저는 반복되는 이 풍경이 정말 슬픕니다. 사태의 본질적인 해결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타인의 불행을 ‘투쟁의 동력’으로 삼는 행태는 분노가 일어나기까지 합니다.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


이건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당은 집권 5년 동안 뭐했나요? 대표이사와 감사는 뭐했고,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장 이동걸은 뭐했나요? 그래놓고선 사태 터지니까 TF 운운하고 이제서야 대화 운운합니까? 이 사태가 터진 게 6월 2일입니다. 50일이 다 된 일입니다. 대체 그동안 민주당은 뭐했죠?


전장연 지하철 시위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거대 여당으로 집권하고 있을 때 장애인 보행권 등 하나도 해결 안하고 뭐하다가 정권 바뀌니까 휠체어나 타고 다니는 쇼를 하고 말입니다. 정말 역겨운 정치 아닙니까? 자기들이 할 수 있을 때는 하지도 않고, 정권 바뀌니까 상대방 공격용으로 활용하는 행태, 정말 쓰레기같은 정치 아닙니까? 차별금지법은 어떻게 했어요? 국가보안법은 입도 뻥긋 안했죠? 눈물 콧물 범벅쇼를 곁들인 필리버스터 쇼까지 했던 테러방지법은 어떻게 했나요? 손도 안댔잖아요? 시민들의 정치 혐오는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고, 정당합니다. 투표 열심히 한다고 으스대는 민주당 지지자 니들이 자랑스러워 할 일이 아닙니다.


이재명 지키는 궁리하느라 많이들 바빠서 50일이나 지나서야 TF니 뭐니 하느라 바쁘시죠? 여러분은 이미 이재명 늪에 빠졌으니 계속 빠져들어가기 바랍니다. 그냥 침몰하세요. 방법이 없습니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노동 양극화



저는 소작농의 아들, 막노동 일꾼의 아들, 막장 광부의 아들입니다. 노동자들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그 자체로 선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동자가 선한 사람이라서 연대하는 게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로서 함께 존중받고 살기 위해서 연대하자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늘 기업주들을 향해서만 연대를 외치고, 정작 노동자들끼리도 연대하지 않습니다. 정규직 노조는 이미 튼튼한 성 안에서 기업주들과 이익을 나눠먹으며 성 바깥의 노동자들과 연대할 생각을 버렸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미사여구는 꺼지기 바랍니다.


입으로만 노동권 보호가 어쩌고, 차별 철폐가 저쩌고, 양극화 해소 나불거리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들의 삶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책에서 읽은 ‘성실하게 땀흘리고 노력하는 데 착취 당하는 노동자’라는 ‘민중’을 우상으로 세워놓고 환타지나 쓰면서 SNS에서 자신의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 뽑내는 당신들이 역겁습니다.


저같은 일개 개인도 깊은 분노를 넘어 이제는 좌절감을 느낍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그럴싸한 구호는 그저 치장물로 전락한지 오래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자의 노력은 뒷전이 된지 오래입니다. 그저 이 책임을 ‘재벌 때려잡자’ 하나로 퉁치고 넘어가는 양심이 불량한 진보 장사치들만 넘실거립니다. ‘노동자의 벗’으로 출발해 정계에 들어가서도 그 벗으로 노력했던 노무현이 왜 큰 좌절감을 느끼며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노력을 포기했는지 더더욱 잘 이해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마지막으로 노무현의 회한을 보여드리며 글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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