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휴가를 보냈는데요, 그중 한명이 최근 이른바 ‘진상 학부모’와 관련해 자신만의 이론을 하나 제시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인터넷과 아이돌 팬덤문화가 막 발달하던 시절, 당시 악플러들이 사법 처분을 받지 않았는데 그때 패악질을 못 버리고 지금 현실에서 그대로 부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예인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신공격에 비방을 일삼는 ‘악플’은 당시에도 큰 사회 문제였습니다. 이후 악플과 관련해 사회적 인식도 제고됐을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 등 사법처리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당시 스토킹을 일삼았던 팬이나 악플러 등은 마땅한 제재를 받은 적이 없이 자랐다는 겁니다.
그중 일부는 학부모가 되어 유치원, 초등학교 등 교사에게 갑질을 하거나 또 일부는 공무원에게 악성 민원을 넣는 등 온라인 상에서 부렸던 ‘패악질’을 기성세대가 되면서 현실에서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입니다. 실제 악플러나 삐뚤어진 팬심을 지닌 사람들이 그렇게 됐다기 보단, 그런 정서를 기반으로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거죠.
그럴싸한 추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저는 교육현장에 있는 것도 아니고, 알바를 하면서도 소위 ‘진상고객’을 마주하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학부모를 싸잡아 비난하는 일에 대해서 회의적이었습니다. 학부모에 대한 비난의 기저에는 아동혐오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놀 공간은 사라지는데, 식당과 카페, 쇼핑몰, 주차장 등 어른의 공간만 잔뜩 만들어놓고 그곳을 침범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배제하는 모습은 너무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학부모에 대한 혐오는 아동혐오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다만 지인의 이론에서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제재받아본 경험의 부재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요새 문제가 되고 있는 ‘인셀남’들도 비슷하게 풀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불과 몇 년 전, 온라인 상에서 혐오정서를 표출하며 ‘집게손가락 사태’나 ‘메갈찾기’ 등에 나섰던 이들의 말도 안되는 주장이 철퇴를 맞기 보다는 이해해야할 대상, 존중받아야 할 의견으로 정치권에서 둔갑했습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아무도 지적하지 않자 비대해진 자의식과 비틀린 열등감이 현실로 튀어나오고 있는 셈이죠.
잘못을 행하는 사람은 분석의 대상일 수는 있어도 ‘공감과 이해’의 대상은 아닙니다.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서는 폭력, 혐오 의견은 재제받는 경험이 쌓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