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점심시간에 나가서 밥 먹고 커피 사 마시는 시대는 끝났고, 그냥 회사에 있는다며?"
얼마 전 만난 친구가 점심값이 만원이 넘은 시대라며 이같이 말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요즘 만 원짜리 한 장으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구내식당이 있지만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주로 나가서 먹거나, 배달을 시켜 먹는 일이 많다는 친구는 얼마 전 분식집에서 김밥 2줄에 쫄면, 라볶이를 포장해왔는데 2명 점심값이 3만원을 훌쩍 넘었다고 말했습니다, 진짜 우리 월급 빼고 다 오른 상황입니다.
생각해보니 점심에 나가서 커피를 마시는 데 아메리카노 한 잔에 7000원이더라고요, 강원도와 같은 관광지도 아니고 서울 시내였는데 말이에요. 예전에는 7000원이면 뼈해장국도 먹을 수 있는 가격이었던 터라 '그 돈이면 뜨끈한 국밥을 사 먹지"라는 밈(SNS 등에서 유행해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짤방·패러디)도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사라진 듯합니다.
"요즘은 밥 안 주는 회사는 안 간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 취준생 친구들 사이서는 이런 말도 나온다고 합니다. 한 달에 보통 22일 정도 출근한다고 계산해보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점심 끼닛값이 부담되면서 단번에 이해가 가더라고요.
실제로 런치플레이션(점심+물가 상승)은 통계도 있습니다. 푸드테크기업 식신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쓴 평균 식대는 1인당 9633원으로 1만원에 다다랐습니다. 특히 서울 지역은 1만2285원으로 집계되었는데요, 1년전(9180원)과 비교하면 33.8%나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점심 뭐 먹지?'는 직장인들의 소소한 고민이면서 행복이기도 한데요, 1시간이지만 잠깐 회사 건물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여유를 느끼곤 합니다. 바람도 쐬고 매콤한 떡볶이 한 접시면 또 오후에 일할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러나 이젠 잠깐의 여유에 앞서 점심값 걱정이 드는 상황인 듯합니다.
물론 농·축·수산 식품 등 원재료 가격, 공공요금, 물류비, 인건비…고공행진에 고통받고 있는 자영업자를 생각하면 점심값도 조금 올려야겠지만, 우리 월급 빼고 모든 게 다 오른 상황에서 직장인들의 지갑에도 여유가 없어 참 팍팍합니다.
점심시간에 서울 덕수궁 옆 시립미술관 앞 광장에 가면 몇백 명 가까운 직장인들이 어슬렁거린다고 하는데요, 금융 플랫폼 토스의 '함께 토스 켜고 포인트 받기'로 돈을 모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토스 만보기, 라이브 쇼핑 보기, 퀴즈 풀기 등 휴대폰 앱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 앱테크(애플리케이션+재테크)가 요즘 인기라고 하니 저도 커피값을 벌기 위해 퇴근길에 앱을 다운받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