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김태은 기자] 4~5%대를 유지했던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2000년대 들어 하향 곡선을 그리더니 어느새 1%대 문턱까지 다다랐습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1%대로 끌어내린 가운데, 0%대 전망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성장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2%대 성장률이 무너지고 1%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 경제가 일시적인 경기 부진이 아닌 장기 불황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경고음으로도 읽힙니다. 이제 1%대 성장률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면서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관세 전쟁에 한국 성장률 2.0%→1.0% 뚝↓
22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세계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에서 1.0%포인트나 끌어내린 1.0%로 예상했습니다. 앞서 IMF는 지난 2월 2024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성장률을 2.0%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IMF는 매년 1·4·7·10월 네 차례 세계 및 회원국들의 경제 전망을 공개합니다.
IMF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나 끌어내린 배경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이 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격화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분석이 반영됐습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투자 심리가 움츠러든 것도 성장률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3.3%에서 2.8%까지 0.5%포인트나 낮췄습니다. IMF는 "세계 경제의 리스크가 하방 요인에 집중돼 있다"고 진단하면서 "무역갈등 등 정책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 고금리 및 높은 부채 수준으로 인한 재정·통화 정책 여력 부족, 주가 및 시장가격 재조정 가능성 등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 등이 위험 요인"이라고 지목했습니다.
IMF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주요 기관들의 전망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정부(1.8%)와 한국개발연구원(KDI·1.6%), 한국은행(1.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아시아개발은행(ADB ·1.5%) 등이 1%대 중반을 전망한 것과 비교하면 유독 낮은 수준입니다.
해외 IB, 0%대 추락 예고…역성장 경고
IMF마저 겨우 1% 성장률 턱걸이를 제시한 가운데, 더욱 암담한 것은 0%대를 내다본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전망치입니다. 실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0.7%), 캐피 이코노믹스(0.9%), 씨티그룹(0.8%), 하이투자증권(0.8%), IM증권(0.8%), ING그룹(0.8%), JP모건(0.7%) 7개 기관은 0%대 성장률을 제시하면서 올해 한국 경제의 추락을 예고했습니다.
한국 경제는 당장 올 1분기 성장률마저 역성장 경고가 나올 만큼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한은은 오는 24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발표하는 가운데, 역성장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앞서 한은은 지난 17일 올해 1분기 및 향후 성장 흐름 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1분기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되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은의 진단대로라면 24일 공개될 1분기 성장률은 0%를 밑돌거나, 플러스(+)를 유지한다고 해도 0.1% 이하일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 2분기 -0.228%, 3분기 0.1%, 4분기 0.066%에 이어 네 분기째 0.1%를 넘지 못하는 미미한 수준의 성장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과거와 달리 한국 경제가 1년 가까이 분기별 성장률이 0% 안팎의 저조한 성장에 머물면서 저성장이 뉴노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올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마저 1%대 후반으로 떨어진다는 전망마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제 저성장 고착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대응 여부에 따라서 1% 아래로 내려가는 것도 배제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수출 성장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저성장 흐름을 지속될 것"이라며 "저성장 뉴노멀은 두 가지로 나눠 봐야 하는데, 첫 번째는 정책이 실패해서 생긴 문제, 두 번째는 구조적으로 생산성이 낮아서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랜 제도를 바꾸지 못해서 생긴 문제인데,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성장은 이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며 이제 저성장 기조 속 더 나쁘냐, 마냐 등 수준을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석열정부가 내세웠던 경제정책이 감세, 규제 완화를 통해서 민간의 자율성을 불어넣고 경쟁을 강화해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이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게 지금 밝혀지지 않았냐"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감세하고 규제 완화해 준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며 "재정 정책도 너무 긴축적으로 운용하는 것, 즉 정부가 돈을 안 쓸수록 내수 경기는 죽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올해 한국 경제가 1%대 성장률 전망마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서울 명동거리 한 건물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게시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진아·김태은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