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정부가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재가동을 준히바고 채권시장에 5조원의 자금을 긴급 투입하도록 하는 등 금융·자본시장 위기 대응 조치에 착수했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외화 변동성이 충분하며 컨틴전시 플랜이 갖춰져 있다며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데 집중했으나, 지속되는 금융시장 불안에 긴급 정책 수단들을 적극 동원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장 마감 후 개최한 금융시장 합동점검회의에서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등 금융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를 적기에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이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한 건 지난 23일 미국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서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이 또 한번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75%p 인상)을 단행하면서 긴축 우려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는 지난주 FOMC 회의 이후 하락세를 걸어 나흘 만에 2330선에서 2160선까지 내려왔다. 이날 코스피는 2년2개월여 만에 2200선 아래(2169.29)에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가파르게 올라 장중 한때 1442.2원까지 치솟았다. 채권시장에서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3.4bp 올랐으며 10년물 금리도 12.4bp 오른 연 4.332%를 기록했다.
이날 긴급 회의에서 김 부위원장은 "전세계적인 통화긴축 기조 강화 등에 따라 주식, 환율, 채권 등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증안 펀드의 재가동을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라 확보된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여력을 활용해 시장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저신용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CP 발행 물량을 최대한 신속히 매입할 것을 요청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증권 유관기관과 출자기관 등은 이미 실무 협의에 착수한 상황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7월 취임 당시에도 국내 증시 안정을 위해 증안펀드 등 정책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증안펀드는 증시 안정화를 위해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와 유관기관들이 공동으로 마련하는 기금이다.
또한 이날 정부와 한국은행은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총 5조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2조원 규모의 긴급 국채 바이백(조기상환)을 실시한다고 밝혔으며, 한국은행도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발표했다.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채권 금리를 진정시키려는 조치다.
이번에 증안펀드가 조성되면 역대 네번째가 된다. 코로나19에 따른 폭락장 당시에도 증안펀드는 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한 구원투수로 등장한 바 있다. 규모는 10조7600억원으로 역대급이었으며, 당시 산업은행과 5대 금융지주 등 23개 금융회사와 한국증권금융 등 4개 유관기관이 출자회사로 참여했다.
당시 증시가 가파르게 반등하며 기금은 한푼도 쓰이지 않았지만, 펀드 조성 발표 직후인 다음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하루에 8% 이상 급등했다. 대규모 자금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단 기대감 만으로도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밖에도 2003년 신용카드 대출부도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증안펀드가 조성된 바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28일 금융시장 합동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