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내달 방한을 공식화하면서
삼성전자(005930)의 ARM 인수설이 전자업계 최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매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과 '컨소시엄' 형태의 인수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1990년에 설립된 ARM은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팹리스 기업입니다. '팹리스 오브 팹리스(설계회사들의 설계회사)'로 불릴 만큼 반도체 분야에서 영향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ARM의 글로벌 AP 설계 점유율은 90%에 달합니다. AP는 모바일기기의 두뇌에 해당합니다. 삼성전자,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주요 고객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ARM 인수를 성사시킬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향력은 글로벌 톱티어로 성장할 수 있게됩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 달성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TSMC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인수를 위한 실탄도 충분한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는 약 125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소프트뱅크는 ARM을 234억파운드(약 35조50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업계에선 최근 ARM의 가치를 최대 100조원, 추정 가치 50조~7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인수 뒤 약 2배 이상 회사가치가 상승한 셈인데 전 산업군으로 확대되고 있는 반도체 수요를 고려하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입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사진=삼성전자)
다만 각국의 반독점 규제는 해결 과제로 남습니다. 앞서 엔비디아도 ARM 인수를 타진했으나 독과점을 우려한 주요국의 반대로 실패한 바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인수 노력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영국 경쟁시장청(CMA) 등 경쟁 당국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물거품이 됐습니다.
따라서 이번 ARM 인수전은 인텔 등 다른 반도체 업체와 컨소시엄을 꾸리는 '공동 인수' 형태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SK하이닉스(000660)와 퀄컴 등도 모두 컨소시엄 방식으로 ARM을 인수할 수 있다며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입니다.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가 진행된다면 지분 확보 경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구조가 메모리에 치우친 만큼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메모리 시장은 경기 변동에 비교적 민감합니다. 실제로 최근 경기 둔화로 메모리 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가격은 올 3분기 10~15%, 4분기에는 최대 18%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반면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등이 속한 시스템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바탕으로 거래처가 다변화돼있고 제품의 용도가 다양해 경기 변동에 둔감한 편입니다. 메모리에 비해 시장 규모도 2배 이상 큽니다.
K-반도체 초석을 다진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삼성전자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합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