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밤 보기 드문 우주쇼가 펼쳐졌다. 지구 그림자에 달이 가려지는 '개기월식' 현상과 그림자에 가려져 붉어진 달이 천왕성을 다시 가려버리는 '천왕성 엄폐'가 함께 나타났다.
이날의 개기월식은 지난 2021년 5월26일 이후 약 1년 반만에 국내에서 관측된 것이었다. 저녁 6시께부터 달이 서서히 가려지기 시작해 7시16분 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박영식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촬영한 개기월식의 모습. (사진=천문연)
동쪽 방향으로 시야가 트여있는 곳이라면 육안으로도 붉은 달을 볼 수 있다는 안내에 따라 저녁 식사를 마친 6세 아들과 밤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산책을 나가자며 월식 이야기를 해줬더니 아들이 질겁을 한다.
"안돼! 붉은 달이 뜨면 악마들이 모두를 잡아먹어!"
누가 그러더냐 물었더니 만화에서 봤단다. 한 낮에 해가 사라지는, 한 밤 중 달이 붉게 변하는 기이한 자연 현상에 흔히 어울리는 스토리 전개다.
문득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읽었던 한 전래동화가 생각났다. 까막나라에 살고 있는 임금님이 불개에게 해를 구해오라 했더니 해는 너무 뜨거워 물어오지 못하고, 그렇다면 달이라도 구해오라 했더니 달은 또 너무 차가워 물어오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기본 줄거리였다. 불개가 해를 물었을 때는 일식이, 달을 물었을 때는 월식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임금님이 끊임없이 불개를 해와 달로 보내서 일식과 월식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설명을 해줬다. 햇님이 지구를 비추는 그림자에 달님이 쏙 숨은거라 색깔이 변한 것이니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과학을 모르는 사람들은 달이 변한 모습에 무서울 수 있지만 과학을 알면 전혀 무서운 일이 아니라고.
이 원리를 6살 아이가 제대로 알아들었을리 만무했지만 일단 두려움을 털어낸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공터로 향했다. 아파트 건물 사이로 붉은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빛을 살짝 머금은듯한 달은 구름인지 안개인지에 가려 그다지 선명해보이지는 않았다.
'좀 더 잘 보이는 장소로 가서 사진을 찍어야지'라는 맘으로 사방이 트인 곳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걸. 달이 사라졌다. 아마도 지구 그림자에 드리운 것도 모자라 구름 뒤로 숨었나보다. 그렇게 그날의 산책은 30초 달 관찰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