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음악 프로듀서이자 DJ 이오공. 사진=BANA
K팝 아이돌 음악만 해외로 뻗어나가는 것이 아닌 시대입니다. 다양한 장르를 중심으로 변화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습니다.
DJ 이오공의 해외 열풍이 최근 심상치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뉴진스 프로듀서로 더 유명한 인물이지만, 국내외 평단에서는 지난해부터 그의 솔로 음반에도 주목해왔습니다. 지난해 3월 발표한 신보 ‘뽕’은 독특하고 재밌는 음반입니다. 고속도로 메들리나 카바레풍 트로트를 현대적 사운드로 세련되게 재해석해 처음 나왔을 당시부터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K팝 아이돌 음반만 즐비한 국내 주요 차트 30위 내 당당히 이름을 올리더니, 영국 라디오 방송국과 매체에서까지 반응이 건너왔습니다. 영국 가디언지가 ‘국제적 보물(International treasure)’이라 평가하며 주목했습니다. 영국 ‘와이어(Wire)’, ‘믹스맥(Mix Mag)’ 등 세계적 음악 잡지들에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태원 DJ 시절을 지나, SM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돌 음악에 참여했고, 뉴진스 프로듀싱까지 횡단한 그의 스펙트럼은 넓습니다. 지난해 저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이오공은 "브라질 전자음악 장르 ‘파벨라 펑크’ 같은 음악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사운드의 매력을 느꼈다"며 " 어떻게 보면 ‘노점 같은 뽕짝’을 찾게 된 기원은 바로 거기 있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송대관 ‘네박자’의 ‘쿵짝쿵짝 쿵짜작 쿵짝’ 식으로 리듬을 받치고, 이박사 목소리 ‘좋아좋아좋아’, 신중현의 귀기 어린 기타 사운드를 샘플링해 넣은 음악들은 정말 독특합니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서 활약한 전설적 기타리스트 이중산 씨, 조용필의 가사를 담당한 양인자씨 등은 직접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뽕'의 기원을 찾겠다며 유튜브 채널(다큐멘터리 ‘뽕을 찾아서’)도 열었습니다. 전국의 고속도로부터 아줌마들의 에어로빅 현장 같은 곳을 찾아다니는데, 무심한듯 진지한 표정으로 '뽕 연구'에 매진하는 박사 같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터집니다.
이 음반은 최근 일본 현지 평단들이 선정하는 '2022 올해의 음반'에 이름을 올렸다고 합니다. 일본의 평론가 요시모토 히데스미는 "단지 뽕짝의 현대판이 아닌 더 광밤위한 한국 대중음악을 시야에 넣은 앨범"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뉴진스의 글로벌 신드롬도 일으킨 그가, 그간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던 한국의 장르들로 세계를 횡단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