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노을 1집 데뷔 음반. 사진=포크라노스
‘파란노을’이라는 원맨 포스트 록 밴드가 있습니다. Z세대 음악가일 것으로 추측되는데, 언론에 얼굴 공개를 잘 하지 않는 음악가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략적인 정보를 합산하면, 방구석에서 홀로 컴퓨터 가상악기를 조작하며 음악을 만든다는 것. 데뷔 음반을 그렇게 만들어 사운드클라우드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무료로 풀었는데, 자고 일어나보니 이게 웬일인지, 대박이 터져버린 겁니다.
미국의 세계적인 음악 전문 잡지 피치포크와 음악 평론지 레이트유어뮤직 등에서 그를 주목한 겁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외국어 표기로 'Parannoul'이 더 유명하다고.
비슷한 기간 슈게이징 음반을 낸 포그 역시 별다른 홍보도 없었는데 전 세계 암약하는 수많은 슈게이즈 마니아들이 원석 캐듯 이들을 발굴해냈습니다. 미국과 호주, 브라질 슈게이즈 전문 라디오 방송에서 이들 앨범을 한 해의 최고 슈게이즈 앨범으로 꼽았습니다.
필자와의 대면 인터뷰 당시 포그는 "고정적인 작업실도 없다. 유목민처럼 떠돌며 작업한다"고 했습니다. 신촌 호텔방을 빌려 해외에 배송할 CD를 직접 수제작으로 만드는 이 4명의 청년들을 어떻게 세계가 주목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슈게이징 밴드 포그. 사진=포그
'방구석 음악'이 이렇게 세계로 뻗어가는데는 팬데믹 후 심화되는 음악의 초국성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음악 신(Scene)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축소되는 이면에, 온라인상에서는 새로운 팀들이 큐레이션이나 알고리즘 기반으로 부상하는 흐름이 더 강해진 겁니다.
최근 블랙핑크가 코첼라 간판출연진으로 이름을 올려 대중들을 술렁였지만, 정작 음악업계를 술렁인 건 다름 팀들의 눈부신 활약입니다. 여성 전자음악 듀오 살라만다는 지난해 피치포크에서 주목받더니, 올해 그룹 레드벨벳과 나란히 스페인 대형 음악 페스티벌 '프리마베라'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룹 뉴진스의 프로듀서이자 본인의 솔로(‘뽕’) 모두 성공시킨 DJ 250은 래퍼 빈지노, 한국계 프랑스 뮤지션 스필 탭 등과 함께 올해 3월 미국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무대에 설 예정입니다. 밴드 실리카겔을 비롯해 이날치, 힙합 크루 바밍타이거는 올해 3월 홍콩 클라켄플랍 무대에 섭니다.
다양한 한국 음악이 앞으로도 세계의 문을 두드리길 바라봅니다. K팝을 보는 해외 시선이 아이돌 음악에만 한정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