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6일 보험사 CEO와 만남을 갖는 가운데, 재차 보험사 재무건전성 관리를 주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환경의 급격한 변동으로 지난해 재무건전성 지표가 하락하고, 부실 우려가 있는 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때문입니다. 보험사들도 올해 재무건전성 강화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6월 취임을 맞아 보험사 CEO와 간담회를 가졌던 이 금감원장은 보험업계에 재무건전성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당시 이 원장은 "위기 상황에서 재무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보험회사의 자본력 확충이 중요하다"며 "금리 시나리오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자본적정성에 대한 상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원장 임기 중 두번째 간담회인 26일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험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보험업계의 화두가 재무적 리스크 관리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보험사에는 당시 지급여력제도였던 RBC비율이 줄줄이 하락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로금리 수준이었던 기준금리가 지난해 들어 연속 인상하면서 채권의 평가 가치가 떨어져 보험사의 회계상 자본을 줄인 탓입니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 기준은 150%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보험업법상 기준치인 100%에 가깝게 줄어드는 일도 있었습니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유동성 기준을 완화 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부작용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말았습니다. 흥국생명이 RBC비율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과거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의 중도 상환 약속을 취소하면서 국내 보험사는 물론 금융사들의 채권 발행이 어려워진 것이죠. 이어 DB생명도 같은 이유로 중도 상환을 연기하면서 보험업권 전체에 대해 채권 시장이 얼어붙기도 했습니다. 결국 흥국생명이 취소했던 중도상환 약속을 정상 이행하는 것으로 번복하며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그 여파는 상당 기간 이어졌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그 영향이 보험업권으로 미치기도 했습니다. 보험사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 위험이 커진 것인데요. 강원도가 춘천 레고랜드를 지으면서 받은 부동산 PF 대출 채무에 대해 불이행을 선언한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PF 대출 부실 리스크가 대두됐습니다. 이어 지방부터 경인권까지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면서 부실 위험이 더욱 깊어졌죠. 부동산 PF 대출 잔액을 크게 늘려온 보험사들 역시 줄도산 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론이 불거져나왔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이슈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입니다.
경기 침체는 부동산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며 가계 경제도 어려워졌는데요. 가계대출을 늘려온 보험업계에는 부실 차주의 증가로 인한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도 드리워져 있는 상태입니다. 보험업계가 가계대출 한도를 낮추고 대출 허들을 높이는 등 옥죄기에 들어간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에 더해 보험업계 경기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 보험연구원 등 보험 분야 연구단체는 모두 올해 보험업계 전망을 비관적으로 내다봤습니다. 보험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해약이 늘어나며 저성장, 역성장을 전망했는데요. 보험 계약을 늘려 보험료를 받고, 이 돈으로 투자를 실시해 수익을 내야 하는 보험업계에는 비상이 걸려있습니다. 특히나 올해는 새 회계기준인 IFRS17의 도입으로 보장성 보험을 많이 팔아야 수익성이 개선되는데 이 마저 녹록지 않은 것이죠.
새 회계기준 도입과 관련해서도 재무건전성 관리는 더 중요해졌습니다. 새 회계기준 도입과 발맞춰 지급여력제도도 RBC비율에서 K-ICS(킥스)로 바뀌었는데요. RBC비율은 특성 상 금리변동이 극심할 때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비율이 급락했지만 킥스에서는 금리변동과 관계없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반영합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 재무건전성 지표 하락을 지난해처럼 지급여력제도의 문제로 돌릴 수도 없게 된 것이지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금융감독원-보험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금융감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