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유리천장 OUT'이라고 적힌 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최근 제약바이오업계가 신약개발이라는 존재 이유만큼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입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일이니 환영할 일이긴 한데, 사실 따지고 보면 갈 길이 구만리입니다.
열 중 일곱 "ESG가 발전에 큰 영향"
제약바이오기업들이 ESG 경영을 얼만큼 중시하는지는 설문조사 결과가 말해줍니다.
지난해 12월 26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24호 정책보고서를 보면 같은 해 9월 71개 기업 ESG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가 실렸습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77.5%는 "ESG 경영이 제약바이오산업과 기업 발전, 지속가능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해외 진출 등 특정 기업에만 영향이 있을 것이란 응답은 전체의 15.5%, 일시적 유행으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응답은 7%에 그쳤습니다.
ESG 바라보는 솔직한 시선
ESG 경영이 산업과 기업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쌓였지만, 현실은 동떨어진 게 사실입니다.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ESG 관련 교육을 하는 회사는 19곳에 불과했습니다. 횟수도 연 1회 이하였고요. ESG 전담 조직을 갖춘 곳도 20곳뿐이었습니다.
이런 결과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이미 업계 내부에서도 허울뿐인 ESG 경영에 비판적인 의견이 나올 정도니까요. 실제로 한 업계 인사는 "ESG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데, 기업들이 정말 ESG 경영에 진심인지를 보면 답은 회의적"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무늬만 ESG 경영일 수도
한국판 제약바이오 ESG가 기대에 못미치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사실 간단합니다. 항목별로 보면 지배구조를 제외한 환경과 사회는 오랜 기간 공을 들여야 하는데, 우리 기업의 ESG 역사는 길어야 10년이나 5년에 불과합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한국형 제약바이오 ESG 경영이 본 궤도에 올랐다는 말로 해석해선 안 됩니다. 여성 임원의 설 자리는 아직 좁기 때문입니다.
작년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기업은 의무적으로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해야 합니다. 이 법에 해당하는 6개 기업은 모두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하긴 했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기업에서 여성 임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죠.
세 항목 중 그나마 단기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도 채 이루지 못한 기업들이 자랑하는 ESG,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요.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