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실제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악몽을 소환하기도 했는데요. 다행히 글로벌 금융시스템 위기로는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조심스럽게 나오면서 각국은 안도 반+걱정 반 시선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저녁 긴급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SVB 파산 이틀 만에 세계 금융 중심지 뉴욕에 본사를 둔 가상화폐 전문 은행 시그니처은행까지 폐쇄되면서 글로벌 시장에 금융위기 패닉 그림자가 드리우자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긴급 진화에 나선 건데요.
미국 정부가 쏟아낸 긴급대책에는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맡긴 고객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 부족 금융기관에 자금 대출을 해준다는 게 골자입니다. 이는 중소형 은행 연쇄 부도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조기 불식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인데요.
SVB를 시작으로 한 잇따른 은행 폐쇄에 시장의 공포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예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다른 은행에서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신속하게 금융시스템 보호 조치에 돌입하겠다는 뜻입니다.
실제 지난 8일 가상화폐 전문 실버게이트은행이 재정난으로 자진 청산한 뒤 SVB, 시그니처은행까지 일주일 동안 현재 미국 중소형 은행 3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럼 이번 SVB 파산은 왜 일어난 것일까요? 바로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컸기 때문입니다. SVB는 막대한 예금을 받아 미국 장기국채라는 초우량 안전자산에 투자했으나, 연준의 긴축으로 국채금리가 상승(국채 가격 하락)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자금 인출이 이어지면서 국채를 강제 매각하는 상황에 몰리며 손실을 떠안게 된 셈이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이번 사태가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는 여러모로 다르다고 분석하는데요. 파산 원인과 미 당국의 대처, 금융시스템 등 세 가지 요인을 감안할 때 15년 전처럼 위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진단입니다.
그럼에도 전 세계 금융업계는 다음 파산 은행이 어디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중소은행들은 정부 대책에도 연쇄 뱅크런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연준을 향한 책임론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연준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로 금리' 정책을 필요 이상으로 고수했고, 지난해 3월에서야 첫 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유례없이 급격한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 은행 파산 등의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인데요.
때문에 연준이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당초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이 아니라 0.25%포인트를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서 촉발된 이번 SVB 사태가 전 세계 및 국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의 보안요원들이 예금주들을 입장시키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