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외식하기 겁난다'라는 말을 어디에서나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바로 치솟은 물가 때문인데요. 월급 빼고 다 오르다 보니 외식 한 번 하기도 부담스러울 지경입니다. 고공행진 중인 물가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흐름입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폭등했던 에너지·식량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식품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요. 오죽하면 고공행진하는 식품가격이 각국 중앙은행들의 물가 대응 노력을 위협하는 새로운 난제로 부상할 지경입니다.
여기에는 숨겨진 진실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식품회사들이 이윤 확대를 위해 높은 가격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식비가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인데요. 즉 부담스러운 식품가격 뒤에는 기업들의 '마진 꼼수'가 숨겨져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존의 식품, 주류 및 담배 가격은 올해 3월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15.4%나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에너지 가격이 0.9%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인데요. 미국의 식품 가격 역시 올해 2월 기준 1년 새 10.2% 올라 에너지 가격 상승률(5.2%)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당초 경제학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망 혼란으로 치솟았던 식품 가격이 곧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실제 곡물과 기름, 설탕, 육류, 유제품 등을 포함하는 유엔(UN)의 식량가격지수는 지난 2022년 3월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올해 2월 기준 약 18.7%까지 떨어진 상태인데요.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 식량가격과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식품가격이 역행하는 원인으로 식품회사들의 마진 꼼수를 지목했습니다. 식품 공급망에 있는 기업들이 임금 인상 등 더 높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함으로써 생긴 현상이라는 지적인데요. 특히 코로나19 이후 식품 공급업체들의 이윤이 증가했다는 분석입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높은 식품가격이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기회주의적 행동이 인플레이션 하락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파비오 파네타 유럽중앙은행(ECB) 집행 이사는 지난 3월 한 연설에서 기업의 이윤 확대 노력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이익·가격 소용돌이'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부 정부들은 이미 식품가격 안정화를 위해 조치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정부의 경우 지난달 주요 소매업체들과 6월까지 식품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방안에 합의하기도 했는데요. 한국 역시 치솟는 물가에 민생안정대책 등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곤 있지만 1년 전보다 가격이 오른 품목들이 86%나 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식품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기업들의 마진 꼼수를 살펴봐야겠습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겠죠. 기업의 이윤 추구 행위는 각국의 공통사항이니까요. 그래도 다 같이 어려운 이때, 마진 높이려는 꼼수 고민하는 기업이 아닌, 좋은 제품을 착한 가격으로 내놓는 그런 고민하는 '착한 기업' 한 곳쯤은 있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공업제품코너에서 한 손님이 고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