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사람이라면 해외에 나갈 때 비자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비자가 필요없기 때문에 싱가포르 여권만으로도 많은 나라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가 글로벌 금융허브인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싱가포르가 금융강국이라는 것을 언제 실감하냐는 질문에 싱가포르 청년 아누슈카 널카르(Anushka Nerurkar, 20)씨가 한 말입니다. 세계적인 금융중심지로 우뚝 선 싱가포르의 국민으로 산다는 자부심이 뚝뚝 묻어나는 대답이었습니다.
싱가포르 시내의 마리나베이샌즈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리나베이 모습입니다. 마리나베이는 여러 금융사들이 밀집해있는 금융중심지역입니다. (사진 = 허지은 기자)
싱가포르는 오랜 기간 아시아의 주요 금융 거점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싱가포르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금융 중심지 자리를 넘보고 있는데요.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2021년 4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 하루 평균 외환거래량은 6400억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런던과 뉴욕에 이어 세계 최대 외환거래소 3위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올 3월 발표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싱가포르가 뉴욕·런던에 이은 3위에 오른 것과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6박7일간 싱가포르의 금융 환경을 둘러보면서 '금융강국'이라는 별명에 대한 싱가포르 사람들의 자부심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포진해있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어디서든 편리한 금융시스템, 선진화된 핀테크 기술은 싱가포르의 자랑거리였습니다.
취재를 다니며 그랩을 자주 이용했는데, 그랩 택시 운전사들은 입을 모아 싱가포르의 간편한 결제 시스템을 자랑했습니다. 굳이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택시를 탈 수 있고 어디에 가서도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었죠. 여전히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여느 국가들과 비교해 싱가포르가 우위에 있다는 점을 무척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싱가포르 통화청 내 금융박물관인 MAS 갤러리에 갔을 때에도 마찬가지. 이곳 직원들은 한국인인 취재진이 이곳을 둘러보러 온 것을 무척 반기는 듯 했습니다. MAS 갤러리에서 만난 그곳의 직원은 특히 싱가포르가 해외 여러 국가와 금융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는 부분을 친절히 설명해주며 세계에서 통하는 금융중심지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뿜뿜' 했지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 뒤로 금융사 건물이 보입니다. (사진 = 뉴스토마토)
청년층 역시 자신들이 금융강국의 계보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한 싱가포르 현지 학생은 싱가포르의 금융 시장이 앞으로도 세계에서 꼽히는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핀테크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금융 하나로 동남아의 대장이 된 싱가포르를 보며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계 'BTS'를 만들겠다 열심인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지요. 일례로 우리나라 금융 시장은 IB 발전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최근 금융분야 출입을 시작한 한 기자에게서 'IB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현실을 알 수 있었는데요.
싱가포르를 다녀오고 욕심이 하나 생겼습니다. 금융 기자로 일하는 동안 우리나라가 금융선진국 소리를 듣게 되는 것입니다. 20년, 15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가수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되리란 것을 상상하지 못했지만 해낸 것처럼 말이죠.
싱가포르 시내 식당가에서 찍은 풍경입니다. 높이 솟은 빌딩들과 그 아래 퇴근하고 저녁을 먹는 싱가포르 회사원들 모습이 보입니다. (사진 = 허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