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자살하자, 정부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5300억원 규모의 대출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주택구매자금 대출, 전세자금 대출, 부동산 경락자금 대출 등을 지원합니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가계대출 규제를 풀어 이들은 지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소득 기준 대출 규제로 꼽히는 DSR은 1억원을 초과하면 40% 비율이 적용되고 있는데,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새로운 집을 매수하거나 경매로 피해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금감원은 이날부터 금융지원센터를 개설했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경매유예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꽃 같은 청춘 세 명이 스스로 지고 나서야, 그제서야 사회는 움직이는 걸까요. 원희룡 장관은 스스로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피해에 대한 지원이 큰 진척없이 진행되다가 비극적인 사건이 생긴 후에야 대책 마련에 나서서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지만요. 당국자의 첫 사과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은 감출 수 없습니다.
죽음을 감수할만큼의 고통이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이라도 해내야하는 것일까요. 죽음으로써 결백을 보여주고, 죽음으로써 억울함을 표현해야 반응하는 사회와 정부의 모습에 실망했고, 또 깊은 좌절감을 느낍니다.
전세계약을 비롯한 부동산에 무지했던 20대를 지나온 저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부동산 상승기에 집을 구해야했다면 저 같아도 그들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었을테고, 그들의 먹잇감이 됐을 것입니다.
전세사기를 피해갈수 있었던 부동산 정보에 밝고 빠삭한 2030이 몇이나 있었을까요. 대학교까지 총 16년에 걸쳐 교육을 받아왔지만 이런 경제관련 교육을 받아본 적 한번이라도 있던가요.
무서운 건요. 이것이 우리에게 학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의 고통과 피해가 억울하고,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아픔이라면 '죽음'이 억울함을 해소할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비교육적이고 비도덕적인 교훈을 준다는 것입니다.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결말이 나온 후에야 사회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으며 대책이 나오는 것을 우리 눈으로 보지 않았나요. 그 대책 마저도 '언발의 오줌누기'식 대책이 되어가는 모양새입니다. 지켜보겠습니다.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슬프게도, 오랜만에 하늘이 맑아요.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날을 뒤로 한 채 꽃다운 삶을 마감한 그들의 명복을 빕니다.
21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대책위 등 인천지방법원에 경매매각기일 직권 변경 요청 기자회견’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전세사기 피해 세대와 관련 ‘경매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