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뉴스를 보다 보면 '외환보유액'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외환보유액은 한 나라가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축하고 있는 외화 자금을 말합니다. 개인이 저축을 하고, 회사가 이익금을 자본으로 쌓는 것처럼 정부도 여유자금을 저장해 두는데요. 그중에서도 정부가 중앙은행이나 다른 나라의 국립은행에 넣어둔 즉, 외국 돈으로 된 자산의 총가치를 외환보유액이라고 합니다.
외환보유액은 긴급한 상황에서 쓰기 위해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일종의 비상금 개념인데, 환율 급등 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재원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금융기관의 해외차입이 어려워지는 신용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 등이 최종대부자의 역할을 하기 위한 재원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이 외환보유액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경제 뉴스가 있었습니다. 바로 중국의 이야기인데요. 중국은 지난 3년 동안 무역 흑자가 2조달러에 달한다는 통계 지표를 봤습니다. 그런데 외환보유액은 3년 내내 3조달러에 머물고 있어 "달러는 다 어디 갔나?"라는 의문들이 중국 경제 관련 소셜미디어에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는데요.
중국 정부의 공식 설명은 이렇습니다. "외화 관련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라고요. 기업이 수출로 번 돈을 위안화로 바꾸지 않고 달러로 계속 들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중국은 올 1분기에 2060억달러 규모의 무역흑자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3조1280억달러에서 지난달 말 3조1840억달러로 560억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요. 단순히 셈을 계산해보면 1500억달러 가량 차이가 납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4년 5월 4조달러까지 갔다가 2016년 초 3조2000억달러로 급감한 후 7년 넘게 3조~3조2000억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연간 무역흑자는 4000억~6000억달러 수준인데요. 달러가 쌓이지 않고 계속 빠져나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같은 의문에 중국 외환관리국은 지난 24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는데요. "외환 관련 자율성이 높아져서 무역흑자와 외환보유액의 차이가 난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었습니다.
여기에 중국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채권을 순매도하고 있는 것도 외환보유액이 늘지 않고 제자리걸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결국 중국 당국이 외환 자율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관련 규제들은 벽이 높아 많은 기업들이 상당 부분의 달러를 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중국은 여전히 해외 부동산, 증권 매입, 보험 가입 등을 위한 해외 송금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해외 투자 등을 위해 수출로 번 돈을 위안화로 바꾸지 않고 달러로 계속 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한 은행에서 은행원이 위안화와 달러화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