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전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 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에 주목할 전망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현지시간으로 오는 9일 부채한도 상향 문제에 관해 협상에 나설 예정인데요. 미국 부채한도 협상의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휘감으면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최근 "부채한도가 상향되지 않으면 6월1일 미 연방정부가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며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경제적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를 재차 거론했는데요. 옐런 장관은 "우리는 몇 달간 특별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이를 이어갈 능력이 바닥나고 있다"며 "의회가 부채한도를 올리지 않을 경우 6월 초 청구서를 지불할 수 없는 날이 온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 1월 부채 한도에 도달해 특별 조치 시행에 들어갔다며 의회에 부채한도 상향이나 적용 유예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이 재정지출 삭감을 부채한도 상향의 조건으로 내걸자, 백악관이 '조건 없는 상향'을 요구하며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요.
이에 옐런 장관은 이달 초 매카시 하원의장 등에게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1일에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 서한을 전달,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는 31조4000억달러(약 4경2107조원)인데요. 바이든과 민주당은 미국과 전 세계의 경제 재앙을 피하기 위해 공화당이 행정부의 부채한도를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부채한도 상향에 반대하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 의원들에게 양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란 발언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국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공화당의 요구조건인 지출 삭감을 정부가 받아들일 계획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양당 간 이견이 큼을 방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공화당은 정부의 재정지출 삭감을 함께 요구하고 있으나 상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교착상태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는데요.
미 정부가 부채한도를 초과해 연방재정이 바닥나면 디폴트에 앞서 정부 폐쇄(셧다운)에 돌입합니다. 지난 1995년 클린턴 정부, 2013년 오바마 정부, 2018년 트럼프 정부에서 셧다운을 경험한 바 있는데요.
때문에 옐런 장관은 재차 매카시 하원의장과 그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을 향해 '부채한도 상향'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미국 국채는 국제금융 시스템의 토대가 되는 안전한 기반 채권이다. 미국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국가 신용도에 의문이 생긴다"며 "디폴트 날짜가 다가오는데도 의회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에서 후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부채한도를 높이지 못했을 땐 급격한 경기하강 가능성도 있다고도 우려했습니다.
옐런 장관은 미 정부가 수정헌법 14조에 근거, 행정명령으로 의회 승인 없이 부채한도를 상향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채한도 상향은 의회의 일"이라며 "디폴트를 막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재무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수정헌법 14조는 '국채의 법적인 효력은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조항으로 일부 법학자는 이 조항을 인용해 채무 상환을 위해선 행정명령으로라도 추가로 부채를 차입하는 게 대통령의 권한이자 헌법적 책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미중 경제 관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