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인구의 약 34%를 차지하는 20~30대, 이른바 'MZ세대'는 소비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타깃층입니다. 이들은 소비로 가치를 표현하면서 자신의 윤리적 신념이나 가치를 지향하는 소비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는데요. 이 같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나타나서일까요.
최근 인플레이션 시대,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가격 결정력'이 새로운 지위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소비 심리 악화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면서 몸값을 띄우고 있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데요. 불황기 속 가격을 올려도 물건이 잘 팔린다는 얘기지요.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제품 및 서비스 제공에 드는 비용 증가를 훨씬 능가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는데요. 기업이 생산비 상승분을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 떠넘길 수 있는 능력, 즉 가격 결정력이 기업의 새로운 지위 상징이 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명품 기업과 같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들은 가격 결정력을 무기 삼아 가격 인상을 통해 순익 증가를 노리고 있는데요.
대체로 경기 둔화 시 기업들은 판매 부진과 경쟁력 악화를 우려해 가격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입니다. 하지만 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비교적 쉽게 가격을 올리는데요. 주로 명품업체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흐름입니다.
가령 패션 브랜드 코치의 모회사 태피스트리는 최근 3년간 코치 핸드백의 가격을 30% 올렸습니다. 그럼에도 태피스트리의 조앤 크레보세라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업 실적 설명회에서 "소비자들이 점점 신중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가격 결정력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며 "마진과 순익 성장을 위한 추가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추가 가격 인상을 예고한 직후 태피스트리 주가는 이틀 새 11%나 급등했습니다. 태피스트리의 가격 인상 정책이 기업 가치 상승에 기여한 꼴인데요.
문제는 최근에는 가격 인상이 명품업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 맥도날드 역시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방문이 늘면서 올해 1분기 동일 매장 매출이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고 밝혔는데요. 올해 맥도날드 주가는 12% 넘게 오르며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펩시코 역시 제품 가격을 13% 가까이 올렸음에도 탄탄한 소비자 수요를 보여줬고요.
이 같은 현상에 미국의 한 애널리스트는 "사람들은 우유건 스트리밍 서비스건 자신이 필요로 하고 자주 사용하는 것이라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쓴다"고 분석했는데요. 결국 부르는게 값이어도 필요하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기업들의 콧대를 더욱 높이고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빅토리아 시크릿 매점 앞을 쇼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