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조 록 밴드 ‘실리카겔’ 멤버들은 대중음악 업계에선 새로운 사운드 실험에 나서기로 유명합니다. 제19회 '2022 한국대중음악상'과 제20회 '2023 한국대중음악상'에서 2년 연속 모던록 노래상을 수상, 급기야 올해 3월 홍콩에서 열리는 글로벌 대중음악 페스티벌 '클라켄플랍'을 밟고 세계 무대에 처음 출정 돛을 올렸습니다.
최근 발표한 EP 음반 'Machine Boy' 역시 전작들부터 구축한 실리카겔 고유 사운드의 하이웨이와, 새롭게 점멸하는 신 사운드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9분짜리 대곡 'Machine Boy 空'을 들어보면 특이합니다. 기계 같은 음성변조와 록 밴드 편제의 합주로 시작하다, 피아노 솔로로 사운드를 미니멀하게 줄이더니, 다시 또 합주로 세를 확장하는 악곡 흐름 또한 인상적입니다. 특히 이 곡에선 일부러 화성도 엇나가는 클래식 계열의 피아노 사운드도 재밌습니다.
실리카겔을 필두로 최근에는 K-록을 비롯해 다양한 한국 대중음악이 해외로 뻗어가는 흐름이 있습니다. 해외 평단에서도 주목하고 이들을 자국의 현지 대중음악 축제 무대에 세우려는 분위기입니다. 거문고와 해금 연주를 헤비메탈에 접목시키는 잠비나이는 이미 80회 이상의 월드투어를 돌고 있는 팀입니다. 2019년 정규 3집 '온다(ONDA)'의 호평, 2020년 한국 대중음악상 2관왕과 2020년 영국 Songlines Award '올해의 아시아 아티스트' 수상 등으로 국내외 평단의 호평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범 내려온다' 열풍으로 익히 국내에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날치는 최근 실리카겔과 함께 클라켄플랍 무대에 섰습니다. 얼터너티브 K 힙합을 표방하는 크루 바밍타이거는 아이슬란드 에어웨이브부터 세계 각지 힙스터 축제들을 휩쓸더니, 올해 클라켄플랍에도 섰습니다. 피닉스, 가디건스, 악틱몽키스, 킹스오브콘비니언스 같은 월드 클라스 밴드부터 아시아 현지 팀들이 서는 이 국제 무대는 K팝 외에도 한국의 다양한 장르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올해 2월에는 1인 국내 록 밴드 파란노을이 낸 신보 'After the Magic'이 연일 화제였습니다. 파란노을은 미국의 유명 음악 평점 사이트 ‘레이트 유어 뮤직’과 미 음악 전문 매체 ‘피치포크’ 등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세계 대중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음악가입니다. 2~3년 전부터 또 다른 국내 록밴드 포그와 함께 'K슈게이즈' 현상으로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별다른 홍보도 없는데 전 세계에 암약하는 수많은 음악 마니아들이 원석 캐듯 음악을 발굴하는 시대입니다. 미국과 호주, 브라질 슈게이즈 전문 라디오 방송에서 포그의 음악이 울려퍼지니까요. 한국음악에 대한 관심이 연일 K록, 다양한 대중음악으로 확장되는 분위기입니다.
실리카겔. 사진=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