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면직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대통령실은 "본인이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 소추되는 등 방통위원장으로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면직 처분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퇴임 압박을 받아온 한 전 위원장은 결국 임기를 두 달 가량 앞두고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습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 전 위원장을 끌어내린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내 사람'들을 정부 조직 주요 요직에 배치하려는 현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후 방통위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방통위 과장과 국장이 구속 기소됐고, 그 밖에 수 많은 직원들이 조사를 받았지요. 한 위원장의 면직 처분 이후에는 방통위 최초 여성 국장 타이틀을 가진 대변인을 충남 청주에 위치한 교원대학교로 발령을 냈습니다. 방송위원회 출신으로 방송·통신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교육부 산하의 대학 사무국장으로 보내버린 것입니다.
탐탁치 않은 인사는 방통위뿐이 아닙니다. 최근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은 기자들에게 돌연 사임 인사를 알리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일신상의 사유"라고 알려지긴 했지만, 실상을 알아보면 그의 퇴임은 하루이틀 사이에 속전속결로 결정됐다고 하지요. 우정사업본부 내부에서도 6개월이나 임기가 남은 본부장이 특별한 '사고'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라 당황한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차기 본부장에는 내부 승진자가 내정돼 있었으나, 현 시점에서는 이 역시도 불투명하다고 합니다. 우정사업본부 산하 우편사업진흥원의 원장 자리도 몇 개월째 공석입니다. 적임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라고 쓰고 내 편이 맞나 확인하는 작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어느 정권이나 낙하산 인사는 늘 있어왔지만 이번에는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가르기 싸움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고, 부모가 된 이후에는 아이에게 늘상 하는 말입니다. 부모라면 가급적 두루두루 원만한 교우 관계를 갖도록 지도를 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나름 '높다는' 어른들은 정작 니편, 내편 나눠서 싸우기 바쁘네요. 과연 이런 모습들이 아이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요.
사실,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나은 경우는 많습니다.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된다는 것도, 교통 질서를 잘 지켜야 한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잘 지키지 않는 건 어른들뿐이지요. "나도 아는 거를 저 아저씨는 모르나보네"라는 아이의 혼자말을 들을 때면 그저 얼굴이 붉어질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