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역전세 대란' 우려가 부동산 시장을 덮치고 있습니다. 역전세는 임대차계약 시 맺은 전세보증금보다 시세가 더 낮아진 상황을 말합니다.
전셋값 상승기 재계약 시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렸다면, 역전세가 나타나는 시기에는 오히려 돈을 돌려줘야 하는 형편입니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갑과 을이 뒤바뀐 것입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전세 대란' 공포가 극심했습니다. 2020년 7월 말 임대차 3법 시행으로 계약기간을 기존 2년에서 2년 더 늘릴 수 있게 됐고, 재계약 시 임대료 상승률은 5%까지만 허용됐습니다. 이 때문에 집주인들이 4년 치 임대료 인상분을 한 번에 반영해 전셋값이 급격히 오를 것으로 전망됐죠.
부동산 시장이 기울면서 전세 대란 우려는 역전세난으로 변화했습니다. 매맷값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집값보다 전셋값이 더 높은 '깡통전세'가 속출했습니다.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못 내주는 지경에 이르자 보증금 미반환이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현재 역전세난 우려가 더욱 커진 이유는 전셋값이 정점에 있었던 2021년 하반기에 계약한 물량들이 시장에 나오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직방이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주택 전세거래총액을 조사한 결과, 향후 1년 동안 전국의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보증금 규모는 30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세계약 기간은 2년으로 간주해 계산했습니다. 올해 하반기 만료되는 주택 전세거래총액은 149조800억원, 내년 상반기에는 153조900억원으로 예상됩니다.
2021년 하반기~2022년 상반기 전세거래총액 중 아파트는 228조3800억원으로 전체 75.6%를 차지했습니다. 연립·다세대 11.1%, 단독·다가구 7.5%, 오피스텔 5.8%로 뒤를 이었습니다.
정부는 역전세난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 인사들이 전세 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를 언급하기도 했죠.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의무 가입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목돈인 보증금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전세 폐지론이 불거지며 전세제도가 수명을 다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월세와 매매 사이, 무너지고 있는 '주거 사다리'가 잘 복원돼 안전한 보금자리 마련이 가능해지길 바랍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