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를 부르는 이름이 참 다양해졌습니다. FC·FP·LP 등이죠. FC는 Financial Consultant를 줄인 말이고요. FP는 보통 Financial Planner, LP는 Life Planner를 줄인 말입니다. 보험 설계 업무가 금융 자산 설계의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사용되고 있죠. 보험설계사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엄밀히 말해 보험설계사는 전문직입니다. 전문직의 범위는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만 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접근하자면 전문화된 교육 과정을 거쳐 일정 자격을 획득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보험설계사가 딱 여기에 해당합니다. 보험협회에서 실시하는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고요. 보험연수원이라는 전문 교육기관에서 보험에 대한 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간 세간의 인식은 차이가 있습니다. '보험아줌마'라고 부르기도 했죠. 요즘엔 명칭 변경에 따라 인식도 개선된 듯 보이지만 온라인 상에는 여전히 보험판매인을 폄하하는 발언이나 편견이 섞인 인식이 만연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독 직업의 귀천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보험판매인은 그 중에서도 여성들이 많이 가진 직업이고, 가입자를 찾아다니며 영업을 하다보니 소비자가 갑의 위치에 있곤 하죠. 그래서인지 보험판매인을 을로 보는 경향도 있고요. 보험판매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도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겠죠.
이런 잘못된 인식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사람을 직업에 따라 나누는 것 자체가 문제일뿐더러, 보험판매인의 고유의 직접적 역할과 능력은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보험 하나 없는 사람이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보험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보험설계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어려운 보험을 가입할 때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을 알려주고, 개인별로 필요한 보험을 안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보험설계사의 자부심을 지키지 못하는 일들도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아직도 자행되는 문제적 판매관행들입니다. 보험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불완전판매, 공포심을 자극해 보험을 팔아치우는 절판마케팅이 그렇습니다.
어머니가 보험료 지출이 크셔서 알아보니, 십여년 전 가입했던 보험이 문제더라. 그 보험이 저축보험인 줄 알고 가입하셨다는데 지금보니까 종신보험이더라.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이야기죠.
이번 운전자보험 자기부담금 신설 논란도 참 씁쓸했습니다. 보험사들은 자기부담금 신설을 논의한 적 없다고 하는데 판매하는 분들은 꾸준히도 자기부담금 신설 사실을 홍보하면서 '빨리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라'고 독려했죠. 정말 없었던 이야기인지, 적당히 소문을 이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연일 기사로 '보험사들은 신설사실이 없다고 한다'는데 광고는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보험판매인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신뢰가 무너지기는 정말 쉽습니다. 보험설계사분들의 인터뷰를 보면 어려운 환경에서 판매 성과를 달성하고, 가정을 일으키고, 고객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준 감동적인 일화가 많습니다. 어렵게 쌓은 성을 쉽게 무너트리지 않도록 모두가 한 마음으로 건전한 판매 모집 문화를 만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손해보험협회가 '우수 보험설계사'에게 수여하는 '블루리본 컨설턴트' (사진 =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