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유령 영아'를 전수 조사 중입니다. 병원에서 출생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는 안된 아이들의 행방을 찾고 있는 것인데요. 전수조사 대상은 2100여명에 이르고 이 중 절반에 가까운 900여명의 아이에 대한 신고가 접수돼 수사를 진행 중이라 합니다. 이미 수십명은 하늘의 별이 된 것으로 확인이 됐죠.
한국이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가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합계 출산율이 1 아래로 떨어진 이후(물론 그 이전부터도 계) 정부는 출산 장려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투입한 예산에 비해 효과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기록적인 저출산과 유령 영아.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쪽에서는 아이를 안 낳는다고 아우성인데, 다른 한 쪽에서는 태어난 아이들이 제대로 빛도 보지 못한 채 죽어간다니 말이죠.
지난해 12월 경기도 오산의 한 의류수거함에서 탯줄이 채 잘리지 않은 영아가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줬다. (사진=뉴시스)
혹자는 환경을 탓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우기 힘든 현실이 출산을 기피하거나 영아 유기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냐고요. 주거비, 교육비 등등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은 상황에 맞벌이는 필수가 됐고 어린이집에만 의존할 수 없는 보육 환경에 양가 어머니와 시터 이모님 역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습니다.
층간소음, 노키즈존 등 사회적 이슈 역시 육아를 회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아이가 그럴 수도 있지'는 관대함의 표현에서 일부 몰상식한 부모들의 뻔뻔함을 상징하는 말이 됐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이제 겨우 취업 문턱을 넘은 젊은 세대에게는 접하고 싶지 않은 현실임에는 분명합니다. 사회적인 시스템은 점차 개선이 되고 있다 치더라도 아이가 '혐오'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는 출산이라는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로 부딪히는 육아의 현장은 그렇게 생각만큼 각박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일하는 엄마로서 몸과 마음을 모두 갈아넣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이 자체가 미움의 대상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아이들의 행동은 다소 과한 면이 있더라도 수용이 되는 편입니다.
문제는 이런 아이들의 행동을 대하는 어른들, 정확히는 부모의 태도입니다. 내 아이만 귀하다는 듯 아이 주변의 모든 환경에 날카로운 가시를 돋아세웁니다. 온라인 상에 떠도는 소아과 선생님,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식당 사장님 등에 대한 갑질이 부디 '일부'의 이야기이길 바라지만, 불행하게도 주변에서 목격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잦습니다. 심지어는 아이의 친구들인 다른 아이에게도 날서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예의와 상식을 차린다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죠.
불합리한 환경을 탓하고 싶다면 최소한 나 스스로는 떳떳해야 하지 않을까요. 상식의 기준이 다르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