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집중 호우로 전국 곳곳이 물난리입니다. 인명 피해는 물론, 농작물 피해도 상당하면서 벌써부터 물가에 비상이 걸렸는데요. 정부가 꾸역꾸역 안정화시킨 물가가 폭우에 다시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아직 태풍도 오지 않았는데, 태풍까지 온다면 상상하기조차 겁납니다. 당장 오는 9월 추석차례상부터 걱정이 됩니다.
지난주 후반부터 전국 주요 농축산물 산지를 강타한 폭우는 신석식품 유통에 '동맥경화'를 불러왔습니다. 폭우에 피해를 보기 쉬운 엽채류와 수확기를 맞은 청과물 출하가 일시적으로 올스톱되면서 이번 주 전국 주요 도매시장이 열리자마자 농산물값이 급등세를 탔는데요. 소위 부르는 게 '값'이고, 모든 농작물 앞에 '금(金)'자가 붙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주일(10~16일)간 이어진 호우로 피해를 본 전국의 농경지는 17일 기준 여의도 면적(290㏊)의 93.4배인 2만7094㏊에 달합니다. 풍수해로 작년 한 해 피해를 본 농경지(4만5077㏊)의 60.1%에 달하는 면적인데요. 아직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산지가 많아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출하 물량이 급감하면서 식탁물가에 또다시 비상등이 켜졌다는 점입니다. 이미 올해 들어 봄철 냉해, 초여름 무더위로 작황이 좋지 않던 상황에서 이번 집중호우까지 더해지며 농산물 가격은 급등세가 예상되는데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7일 기준 시금치(4kg) 도매가격은 전월 대비 180.6% 급등했습니다. 또 적상추(4kg) 114.8%, 쥬키니호박(10kg) 33.4% 배추(10kg) 32.8%, 토마토(5kg) 30.8% 등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이 전월보다 이미 크게 올랐습니다. 폭염으로 가뜩이나 가팔랐던 농산물 가격 상승세에 폭우가 기름을 부은 격입니다.
호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 농작물 피해는 더 불어날 전망인데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장마가 지속되는 동안 농산물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제 태풍도 곧 닥칠 텐데, 벌써 초토화된 밥상물가에 소비자들의 근심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특히 추석을 앞둔 어머니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마철 잦은 비로 인해 시금치·상추·오이 등 일부 채소류 가격이 상승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