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다 보장해줄 것처럼 말하더니, 이제 뭐란 말인가요."
최근 들어 이런 호소를 하는 제보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원래 많은 분들이 계셨던 것 같습니다.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하나 망설이다가, 보험금 부지급을 지적하는 여러 기사를 보고 제게도 연락을 주신 것이겠지요.
보험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그간 많았습니다. 참 헷갈리는 것은, 보험사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소비자들이 참 날강도 같다는 생각이 들 때인데요. 그러다가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날강도가 아닌 분들이 대부분이고 이들의 이야기를 보험사가 참 잘 들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은 보험사의 부지급 사유를 반박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보험사의 부지급 사유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이들이 보험금을 받아 마땅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매달리게 됩니다.
정작 본질은 다른 데 있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듭니다. 보험광고를 보다 보면 별걸 다 보장해줍니다. 내가 아플 때, 사소하게 다쳤을 때, 누군가를 다치게 했을 때 보장이 안 되는 순간이 없어보입니다. 광고 속에서는 모델이 해맑게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평화로이 세차를 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걱정이 없어보이는 저 모델처럼, 이 보험만 가입하면 나도 그렇겠구나 싶죠.
그렇지만 참 앞뒤가 다른 보험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래놓고 정작 고액의 보험사고가 일어나면 부지급을 때리는 경우를 보니 그렇습니다. 보험사와 보험금 지급 분쟁을 하고 있는 한 보험소비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가입할 때는 다 보장해 주고, 돈도 잘 준다고 하더니만 내가 아파서 수술비용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돈을 못준다고 하네요. 정말 억울해요!"
보험 민원은 계속 증가추세입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 민원은 총 8만7113건이었는데요. 이 중에 무려 59.6%가 보험 민원이었다고 합니다. 은행은 12.5%, 비은행이 18.0%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보험 민원이 높습니다.
보험금 부지급 제보를 받다보면 대부분이 실손의료보험입니다. 이게 통계에서도 나타납니다. 생명보험 민원은 1만6733건으로 전년대비 8.8%(1622건) 줄었지만 손해보험 민원은 3만5157건으로 전년대비 9.5%(+3045건) 증가했죠. 실손보험 보험금 산정·지급, 면·부책 결정 유형의 민원이 각각 4424건, 1347건으로 전년대비 87.9%(+2069건), 140.1%(+786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손의료보험은 단순히 허리가 아파 도수치료를 받을 때나 보장을 받으려 가입하는 보험은 아닙니다. 언젠가 큰 수술이 필요할 때,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를 받아야 할 때를 대비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수십년에 걸쳐 실손의료보험금을 내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낸 보험료가 적었더라도, 말 그대로 '보험'만 믿고, 보험사를 믿고, 보험설계사가 해 준 말을 믿고 계약을 유지해온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내쳐서는 안되겠습니다.
(사진 =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