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부서를 처음 맡게 됐을 때 어리둥절했던 용어 가운데 하나가 '시공능력평가'였습니다. 재계 순위나 수익성을 따지는 여타 업계와 달리 건설사의 경우 1건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금액으로 환산(시공능력평가액)한 뒤 줄 세우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공능력평가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건설공사 실적·기술능력·신인도 등을 종합 평가하는 제도로, 전년도 공사실적과 재무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성적표 역할을 합니다.
(사진=백아란 기자)
공사 발주자의 경우 공사실적과 경영·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평가해 적정한 건설사를 선정하니 시평 순위가 바로 시공 역량과 위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되는 것입니다.
실제 입찰제한을 하거나 조달청의 유자격자명부제, 도급하한제 등에 근거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평가액과 순위 변화에 따라 건설사의 희비를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매년 7월 말 공시되는데 대한건설협회는 조만간 건설산업기본법 제23조, 제91조와 시행령 제87조에 따라 2023년도 종합건설사업자의 시공능력평가액 산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특히 정부가 시공능력평가 기준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부실시공 방지, 건설업체 난립 예방 같은 시공능력평가제도의 도입 취지가 올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입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건설기업의 시공능력평가 기준 및 방법의 개선연구' 용역을 발주한 바 있는데 경영평가액의 비중을 줄이고, 신인도평가에 하자, 안전, 건설노조의 불법행위 근절 노력 등의 요소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기준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섭니다.
예를 들어 2014년부터 1위 자리를 지켰던 삼성물산의 경우 공사실적 평가액만 놓고 보면 5조2032억원으로 현대건설(5조2187억원)보다 낮았는데, 앞으로 경영평가액 비중이 줄어들 경우 현대건설에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중대재해 등 안전 요인도 중요해진 까닭에 단순한 덩치 싸움이 아닌 전통적인 사업영역에 더해 지속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성장 기반 구축한 건설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배점이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