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폭염이 지구촌을 덮치면서 농산물 역시 피해가 막심한데요.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으니 지구촌 밥상물가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지갑은 얇아지는 모습입니다.
한국의 경우, 지난 7월 기나긴 장마가 끝나더니 무서운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장마에 폭염까지 겹치니 작황이 좋지 않은 농산물 가격은 무섭게 치솟았습니다. 정부 역시 인플레이션으로 힘들게 잡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뛸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배추 10kg 도매가격은 2만3080원으로 한 달 전보다 151.2%나 급등했습니다. 장마가 본격 시작된 한 달 전에는 1만원 아래(9189원)를 유지했던 배추 도매가가 현재는 2만원대로 올라선 것인데요.
배추 외에도 도매가격 기준으로 세 자릿수의 상승률을 나타낸 농산물은 무(134.2%), 미나리(132.4%), 알배기 배추(131.8%), 쪽파(115.25%), 양배추(102.2%), 쥬키니(105.9%)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 깻잎(88%), 브로콜리(65%), 시금치(59%), 풋고추(56%), 대파(39%), 수박(38%), 당근(28%) 등도 가파른 상승률을 보였고요.
그런데 이 같은 농산물 가격 급등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남유럽에서는 올리브유 가격이 1년 전보다 2배 이상으로 치솟고 있는데요. 지난주 스페인의 엑스트라버진올리브유 1㎏당 가격은 지난해보다 약 125% 높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올봄 가뭄 영향 때문인데요. 1991~2020년 평균 14.2도였던 4월 기온이 올해는 38.7도까지 치솟았습니다.
멕시코를 덮친 가뭄은 할라피뇨 고추 흉작을 초래하며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리라차 소스'의 가격을 1병당 5달러에서 최대 80달러까지 치솟게 만들었고요. 인도에서는 '금값'이 된 토마토는 도둑이 기승을 부리면서 말 그대로 '금토마토'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수확철 홍수로 인해 올 상반기 토마토 가격이 445% 넘게 오르자, 토마토 운송 트럭이 통째로 사라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게 인도의 현실입니다.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폭염, 가뭄이 이어지면서 주요 농산물이 급등하자 '히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히트플레이션은 열을 의미하는 '히트(heat)'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폭염으로 식량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보호무역에 이어 각 나라 주요 농산물 산지마다 폭염·가뭄으로 흉작을 겪으면서 공급망이 차질을 빚고 있으니, 향후 전 세계 식탁물가는 계속 고공행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폭염이 전 지구인들의 지갑을 태우는 꼴인데, 이상기후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계기였습니다.
장마 뒤 이어진 폭염으로 농산물값이 치솟는 가운데 배추 도매가격도 일주일 만에 7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채소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