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고 탈 많았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막을 내렸습니다. 개막 초기부터 여러 잡음이 많았던 잼버리는 결국 K팝 콘서트로 끝맺음을 했죠.
영국, 미국 등이 잇따라 조기 퇴소를 선언하며 잼버리의 위기가 고조되는 듯 했는데요, 정부와 정치권이 서로 네탓 공방을 하는 사이 기업들이 앞장 서 행사의 파행을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태풍이라는 좋은 핑계로 새만금에서의 탈출(?)은 했지만 여전히 여론은 좋지 않았는데요. 반전의 카드로 내세운 K팝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지가 매우 강해보였습니다.
어느 팀이 출연을 할 수 있느니, 어느 팀이 일정 상 참석을 번복해야 한다느니 등의 보도가 흘러나오던 끝에 참석이 어렵다던 걸그룹 '아이브'의 참석 확정 소식이 전해졌지요.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에는 금융감독원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이 있으며, 이를 반드시 밝혀내겠다는 뜻에서 이뤄진 압색이었습니다.
아이브의 소속사는 카카오엔터 산하의 레이블. 이 두 사건이 교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은 단지 저의 기분 탓이었나 했습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서 대원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이튿날 아침 카카오에서 '잼버리에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는 자료를 냈습니다. 동시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K팝 콘서트에 카카오와 하이브가 '자발적'으로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다고 강조하는 자료를 배포했고요. 콘서트에 자사 소속 연예인들을 출연시키는 것 이외에 카카오는 30여종 4만3000개에 이르는 캐릭터 상품을 제공하기로 했고, 하이브는 BTS의 포토카드 4만3000장을 무상으로 제공했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의 느낌은 모두 비슷했나봅니다. 김 센터장에 대한 압수수색과 카카오의 적극적 지원.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러게 진작 삼성처럼 미리 행동에 나섰어야 했다"는 우스갯 소리도 적잖이 들려왔습니다.
대부분의 정부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기업에 손을 벌리곤 합니다. 그게 옳지 못한 일임을 지적하면서도 자신들이 당사자가 되면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대표적인 '내로남불'이지요. 국정농단과 탄핵이라는 큰 파고를 넘어 이 자리까지 이르렀는데,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에 실망이 가시질 않습니다.
잼버리의 성패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기업과 정부, 좀 쿨해질 수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