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시장이 한국시간으로 이번 주 금요일, 25일 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중의 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주 각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모이는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인데요. 파월 의장이 9분간의 연설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관해 어떤 발언을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금융시장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 세계를 숨 가쁜 긴축의 공포로 몰아넣은 연준이 긴축 행보를 언제쯤 멈춰 세울지, 긴축 페달을 다시 밟을지를 가늠할 수 있는데요. 올해는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 여건이 달라져 파월 의장이 작년과 같은 강경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적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파월 의장은 25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례 경제심포지엄에 참석해 경제 전망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입니다. 잭슨홀 미팅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주최로 휴양지 잭슨홀에서 매년 여름 3일간 열리는 경제 심포지엄인데요.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경제 현안과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유명합니다. 올해는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열립니다.
올해 회의에 앞서 시장 참가자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지난해 잭슨홀 미팅의 후폭풍이 워낙 컸던 영향 때문인데요. 파월 의장은 작년 8월26일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셔 파이터'로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사명을 강조했습니다.
1970년대 물가 잡기에 방심했다가 1980년대 초고금리 정책으로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던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인데요. 8분50초간의 짧은 연설 동안 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45차례나 언급했습니다.
당시 잭슨홀 연설의 후폭풍은 컸습니다. '파월 쇼크' 여파로 S&P 500 지수는 하루 새 3.37% 급락했고, 이후 약세를 지속하며 10월까지 고점 대비 20%가량 하락했습니다. 파월 의장의 경고는 그대로 실행됐는데요. 연준은 작년 잭슨홀 미팅 이후 총 7회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금리 상단은 발언 당시 2.50%에서 현재 5.50%로 올랐습니다.
다만, 올해 회의에선 파월 의장이 작년 같은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되풀이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최근 경제지표가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데다, 시장금리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파월 의장이 강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메시지를 낼 이유가 적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번주 금요일, 긴축 장기화냐 인플레 승리냐. 파월의 '9분 스피치'에 초집중해 잭슨홀 미팅 연설에 귀를 쫑긋하겠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준 청사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