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인플레이션은 정점에서 내려오는 환영할 만한 경과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습니다. 우리는 해야 한다면 금리를 더 올릴 준비가 돼 있고 목표 수준까지 물가가 떨어진다는 자신감이 들 때까지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입니다."
지난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시장이 예상했던 메시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24일(현지 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준 연례 경제정책회의, '잭슨홀 미팅'에서 약 12분간 진행된 파월 의장의 연설은 전반적으로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전했던 메시지의 큰 틀을 유지했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회의마다 기준 금리의 인상과 동결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큰 골자인데요. 다만 지난해와 같은 매파 일변도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각론을 잘 살펴보면 비둘기적 표현도 배치했는데요.
파월 의장은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고려하면 앞으로 회의에서 새로운 데이터와 경제 전망 및 리스크를 평가할 것"이라면서도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위치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이 덜 매파적으로 본 부분은 파월 의장의 '신중히'(carefully)라는 표현이었습니다. 자칫 추가 금리 인상이 과잉 긴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대목입니다.
추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예상대로 덜 매파적 안도감이 퍼진 영향 때문이겠지요. 이날 뉴욕 증시는 파월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을 소화하며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했습니다. 한국 역시 잭슨홀 회의 이후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안도감에 국내 증시는 이틀 연속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파월 의장의 연설 이후 시장이 폭락했던 지난 2022년의 반응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해 잭슨홀 회의에서도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하며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고, 당시 그는 "가계와 기업이 고통을 겪더라도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때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후 전 세계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이 커지며 후폭풍에 시달렸습니다.
올해는 다행히 '잭슨홀 쇼크'는 없었지만, 잭슨홀 미팅이 다소 모호한 메시지만 남긴 채 끝나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어찌 됐든 잭슨홀이라는 빅 이벤트는 지났지만, 이번 주 미국에서 대거 발표되는 물가와 고용에 관련된 지표 역시 주목해서 지켜봐야 할 요소입니다. 당분간 금리는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어디가 정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염두해 둬야겠습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화상으로 진행된 잭슨홀 미팅에서 연설 중인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