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왼쪽)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중 공을 패스하고 있다.
K리그를 발판 삼아 해외에 진출했던 국가 대표 주전 미드필더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이 계속 떠돌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력에 비해 수준이 낮은 리그를 맴도는 불운을 계속 겪고 있는 겁니다.
황인범은 20일 영국 맨체스터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 리그 1차전 맨체스터 시티전에 선발 출장했지만, 팀의 1-3 패배를 막지 못했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꿈에 그리던 UEFA 챔피언스리그 데뷔라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특히 이날은 황인범 27번째 생일로 더 뜻깊은 추억이 됐습니다.
황인범은 현재까지 국가대표팀끼리 경기를 의미하는 A매치에 47경기(5골)에 출장한 국가 대표팀 부동의 주전 미드필더입니다. 지난해 열린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했고 파울루 벤투 전 국가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황태자'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국가 대표팀에서의 입지와 달리 프로팀에서는 운이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대전 시티즌에서 데뷔한 황인범은 아산 무궁화에서 군 생활을 마친 뒤 2019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에 진출했습니다. 첫 해외 진출이었는데요. 애초 원하던 유럽이 아닌 미국이어서 아쉬움을 낳았습니다.
당시 황인범은 독일 분데스리가2(2부리그) 함부르크와 보훔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소속팀이었던 대전에서 높은 이적료를 요구하면서 무산됐습니다. 분데스리가(1부리그) 베르더 브레멘이 뒤늦게 영입 경쟁에 뛰어 들었지만, 당시 아시안컵에 뛰고 있던 황인범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면서 이적이 불발됐습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황인범은 가장 높은 이적료를 건넨 밴쿠버로 향했습니다. 당시 축구팬들은 K리그와 다를 바 없는 리그에 진출한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이후에도 이적은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이후 황인범은 서유럽 리그가 아니라 변방인 러시아 프리미어리그(1부리그) 루빈 카잔으로 이적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발발로 지난해 K리그 FC서울로 돌아와 뛰었습니다.
반년간의 FC서울 생활을 마치고 황인범이 향한 곳은 그리스였습니다. 수페르리가 엘라다(1부리그) 명문팀인 올림피아코스에 진출한 건데요. 역시나 빅리그 팀들과 비교해 한 단계 수준이 떨어지는 팀이었습니다. 지난해 맹활약한 황인범은 이적을 추진했으나, 올림피아코스가 높은 이적료를 요구하며 팀을 옮기는 데 난항을 겪었습니다.
이후 팀 훈련에 무단 불참하는 등 팀과 갈등을 빚은 끝에 세르비아 수페르리가(1부리그) 명가인 츠르베나 즈베즈다로 팀을 옮겼습니다. 황인범은 이적 이유로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세르비아도 유럽 축구 내에서 주류라고 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챔피언스리그 활약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적 없이 팀에 장기간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가 대표팀과 소속팀 활약을 발판으로 여러 선수가 올해 빅리그에 진출했습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이 대표적입니다. 황인범은 이들의 뒤를 이어 빅리그행이 점쳐졌지만, 여전히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수 이적에는 본연의 실력 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야 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