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층의 빈곤문제, 남 일이 아닙니다. 노후대비가 얼마나 돼 있는가 생각하면 답답할 뿐입니다. 물가는 오르고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저축을 늘리기도 어렵죠. 더 이상 노동을 하지 못할 때, 근로소득 없이 살아야 하는 시간을 떠올리게 되는 요즘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은 소진됐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입니다. 재정추계 전망에 따르면 2041년부터 수입보다 지출이 늘어나게 되고, 2055년이 되면 기금이 소진된다고 합니다. 2055년보다 소진이 빠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2055년, 은퇴 시기입니다. 남은 인생 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없습니다.
사적연금에 눈을 돌려봅니다. 보험업계의 요즘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보험사도 연금보험을 팔아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연금에 내는 돈은 세금이라 치부하고, 실제로 수령을 기대할 수 있는 사적연금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사적연금 시장 규모는 2021년 664조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정부는 사적연금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올해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했다. 효과가 있었던 걸까요. 금융감독원원에 따르면 2022년 연금저축상품 등 사적연금 가입자는 전년도 대비 16.7%가 증가했습니다. 20대는 36만7000명에서 62만3000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이렇다보니 금융당국의 관심도 사적연금 활성화, 즉 세제 혜택 강화에 쏠려있습니다. 비과세 혜택을 늘리는 등 추가적인 제도 완화 방안을 고심 중인 상태입니다. 사적연금 활성화는 기대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미 국가에 내 노년을 맡기는 것을 포기한 상황은 슬픕니다. 이미 노동시장에서 은퇴한, 미처 노령기를 준비하지 못한 노년층을 생각하면 국민연금을 살려야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노년층 생존권입니다.
그래서 다시 정치를 봅니다. 지난해 20대 대통령선거 준비 당시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또 나왔습니다. 이미 2007년 이후 16년째 국민연금 개혁은 표류하고 있죠. 윤석열 대통령도 연금을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이번에도 기대는 어려운 걸까요. 추진 작업이 삐걱대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재정계산위원회가 보험료와 연금액 조정안을 제안하기로 했지만 이곳도 상황이 복잡합니다. 위원회 보고서 구성을 두고 잡음이 일어 민간위원 두 명이 사퇴했습니다. 정부는 전문가들 손 끝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다시 누군가 나서 상황을 이끌어야 합니다.
연금개혁 필요하다는 얘기 지겹습니다. 이젠 그럴듯한 결과물을 보고 싶습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노인들이 무료 배식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