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 속에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5달 연속 증가하는 등 가계 빚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되려 20·30세대에 빚을 권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어 또다시 청년층이 제2, 제3의 빚투 열풍에 내몰리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전월(680조8120억원) 대비 1조5174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 5월부터 5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전체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7조8588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8591억원 늘었습니다. 주담대 규모는 지난 8월 2조1122억원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최대 규모 증가 폭을 보였습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107조3409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762억원 줄었습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주택 관련 대출이 신용대출 하락분 이상으로 늘면서 가계대출이 늘어났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주택 경기 침체 상황 속에 주담대는 왜 늘어난 걸까요. 바로 정부의 빚권하는 정책이 한 몫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정부는 국민 주거 부담을 덜어낸다는 이유로 지난 1월 특례보금자리론이란 정책을 내놨습니다. 9억원 이하 주택 매입 시 소득 상관없이 최대 5억원까지 최저 연 3.25% 금리로 빌려주는 게 골자입니다.
주택 구매 실수요자나 대출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대출자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이지만 일각에서는 2030청년층의 빚투를 통해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시키기 위한 정책이란 비판도 있었습니다.
결국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며 시작한 특례보금자리론은 지난달 일부 중단됐습니다. 목표액(39조6000억원)을 거의 다 채운데다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꼽혔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최근 또다시 빚 권하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6일부터 주택 구입(디딤돌) 자금이나 전세 자금 대출을 받으려는 신혼부부의 소득 요건 기준을 완화했습니다. 부부 합산 소득이 연 7000만 원 이하여야 받을 수 있었던 디딤돌 대출의 기준을 1500만 원 상향된 8500만원으로 높인 겁니다.
정부 스스로 청년에 대한 대출 문턱을 지속해서 낮춰주면서 오히려 청년에게 빚을 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5대 시중은행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새 1조5174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