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제5차 중동전쟁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확대되진 않더라도, 무력 충돌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정설처럼 돌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 이야기입니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는 무고한 민간인의 피해이겠지만, 전쟁터에 있지 않은 이들에게는 먹고 사는 문제 역시 걱정입니다. 중동전쟁에 이미 국제유가가 급등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한차례 크게 올랐는데 추가적인 악재가 이어진 겁니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이스라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입니다. 유가와 금값이 오르면 금리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제로금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맞으며 고금리로 전환된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가격이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이 초래됐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고물가가 이어졌고, 물가를 안정하기 위해 세계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가파른 금리 인상을 실시했습니다. 한국은행도 연속 금리를 끌어올렸습니다.
간신히 고금리도 안정세에 접어드나 싶었습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올 5월까지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가 6월 동결했습니다. 7월에 한차례 인상한 뒤 9월에는 다시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한국은행도 2월, 4월, 5월, 7월에 이어 이달까지 5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안정세를 찾아가던 중에 닥친 중동의 무력 충돌 소식은 평화를 깨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주말 사이 소식이 전해지고 9일 한글날을 지나, 금융위원회는 10일 오전 급히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김주현 위원장이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군사적 분쟁 격화에 따르시장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그동안 중동에서 여러 차례 국지적 분쟁이 있어 왔으나, 분쟁이 장기화되지 않는 경우 국제 유가와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이었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현 시점에서 과도한 불안에사로잡힐 필요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핵심은 불안해하지 말라였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불안감을 지울만한 어떠한 근거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제유가와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말은, 분쟁이 장기화되지 않을 경우라는 가냘픈 단서만 들고 나왔습니다.
이 말을 본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분쟁소식이 나자마자 안심하라는 입장이 나왔는데, 휴일에 충분히 상황 검토를 할 수 있었겠나"라고요. 내용을 봐도 왜 안심해도 되는지 설득될만한 근거가 없으니 이 말이 쉽게 지나쳐지지 않았습니다. 장기화의 기준은 뭘까요.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최소 한달의 무력충돌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지요. 한달이면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기 충분할 뿐 아니라, 영향은 이미 미치고 있습니다.
물론 금융당국이 나서서 불안감을 조장해서는 안되겠죠. 하지만 정확한 현실인식은 필요합니다. 일단 사태가 터졌으니 안심부터 시키고보자는 식의 대응은 불안감을 키울 뿐입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북부 자발리아 거리.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