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국토교통부가 2개월 동안 실시한 전국 민간 무량판아파트 시공·준공 현장 조사 결과, 부실시공 흔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철근 누락이 발견되지 않았고 콘크리트 강도도 적정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인천 검단 공공주택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이뤄졌습니다. 사고 원인은 하중을 받치는 철근 누락과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으로 밝혀졌습니다. 국내 대형 건설사 중 하나인 GS건설이 시공해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불똥은 '무량판 설계'로 튀었습니다. 무량판은 천장을 지지하는 보나 벽 없이 기둥이 슬래브를 직접 연결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공사기간 축소, 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있어 LH는 이 공법을 적극 홍보하고 적용해왔습니다.
그러다 무량판 구조로 설계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무너졌고, 화살은 무량판을 향했습니다. 정부가 전국 무량판 아파트를 조사하겠다고 하자 무량판 구조가 잘못된 것처럼 인식이 퍼졌고, 살고 있는 아파트가 어떤 구조로 지어졌는지 확인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건설사 직원들은 "무량판 구조는 죄가 없다"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한 대형건설사 직원은 "벽식 구조로만 아파트를 지으면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데다 공간 활용도 떨어지게 된다"며 "무량판이 문제가 아니라 설계와 시공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하주차장 붕괴로 인해 공사가 중단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뉴시스)
민간이 짓는 아파트에서도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부실시공 없음으로 판명됨에 따라 무량판 구조는 오명을 벗게 됐습니다.
결국 LH의 관리·감독 부실이 여과없이 드러나게 된 셈이죠. LH가 시행을 맡은 무량판 아파트 중 철근이 빠진 곳은 23개 단지에 달합니다. 국민 주거복지 실현이라는 LH 역할에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입니다.
지난 2021년 전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에 이어 붕괴사고, 전관 특혜까지 LH를 둘러싼 병폐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습니다. LH는 고개를 숙였지만 변화할 수 있을진 의문입니다. 이전에도 해체 등 여러가지 방안이 강구됐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죠. 현재 LH 개혁안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이번에는 새로운 LH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