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에서 새 아파트를 지어줄 시공사를 찾기가 참 어려운 형국입니다. 서울에서 주목받는 알짜 사업장에서 낸 시공사 입찰도 참여한 건설사가 없어 유찰되는 판이죠.
재건축사업이 활발하게 추진 중인 여의도에서는 두 차례 입찰에도 시공사를 찾지 못한 단지가 있습니다. 파크원 바로 옆에 위치한 공작아파트입니다. 지난 9월에 이어 이달 20일 입찰에 대우건설만 참여한 것입니다. 추후 수의계약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여의도와 가까운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지의 경우 삼성물산과 GS건설이 경쟁을 벌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단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았습니다. 노량진뉴타운 중 가장 큰 2992가구 규모에 사업비만 1조원에 달하지만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 수준이 현 물가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 여의도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인건비와 원자재가격 상승 여파로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건설사들은 수익성을 더욱 따지게 됐습니다. 입지가 좋아 상징성이 충분해도 남는 게 없으면 외면하는 실정입니다.
이런 탓에 노란자위 사업지도 시공사를 쉽게 구하지 못하면서 정비사업 조합과 건설사의 갑을 관계도 뒤바뀌었습니다.
부동산 호황기 건설사들이 '묻지마 수주' 기조를 취할 때는 수주를 위해 조합의 요청을 들어주는 편이었죠. 이렇다 보니 일부 조합은 프리미엄 브랜드 변경을 요구하거나 시공사 교체라는 강수를 뒀습니다.
이제는 시공사 입찰장마저 한산해졌습니다. 일단 건설사끼리 경쟁이 붙어야 더 좋은 제안이 나오기 마련인데, 수의계약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조합의 협상력도 약화됐습니다.
당분간 건설업황 개선 여지가 불투명한 가운데 지난 2020년 현대건설과 DL이앤씨, GS건설이 불꽃튀는 경쟁을 벌였던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과 같은 수주전은 보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