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지수가 20% 가량 하락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종목 보고서 중에 99.6%가 매수라는 집계가 나왔습니다.
'못 먹어도 고'를 외친다는 게 실감되는 셈이죠. 그렇다면 왜 증권사 리서치에서는 매도하란 의견을 제시하지 못할까요?
이미 많이 알려져있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소신 발언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상장법인과 리서치센터의 관계에서 우선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만약 애널리스트가 특정 회사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하면, 상장법인은 괘씸죄(?)를 물어 추가적인 업데이트나 해당 애널리스트에 대해 회사 관련 정보 제공에 소홀히 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라는 것 자체가 증권사의 법인 대상 영업에 이용되기 때문에 주가가 부진할 것이라고 하면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애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매수 일색의 보고서를 생산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보면 됩니다.
결국은 증권사 리서치의 생리가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매도 보고서는 쓰지 말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장기간 호흡을 갖고 매수로 대응하는 방식의 보고서를 양산하게 되는 것입니다.
더불어 공매도 이야기도 빼먹을 수 없습니다. 외국계 증권사에서 일반적으로 매도 보고서를 소신껏 낸다고 알고 있지만, 심증(?)적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매도 세력과 결탁한 특정 시점의 매도 리포트가 아니냐는 지적이 공공연하게 증시에는 퍼져있습니다. 실제로 몇해전 한 회사의 매도 보고서를 냈던 외국계 증권사 애널의 경우 금융당국에 불려가 매도 의견을 제시하게된 경위를 해명했다는 이야기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불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지 오래된 증권사 분석보고서, 그리고 증권가의 꽃으로 불리던 애널리스트의 지위도 예전 만치 못합니다.
하지만 리서치센터와 상장법인, 법인영업과의 관계 등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방법은 있습니다. 유료화된 리포트를 공급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상황이라 현재 국내에서도 독립리서치에 대한 니즈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독립리서치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국내 1세대 독립리서치로 꼽히는 리서치알음의 경우 현재 유료 보고서를 공급 중이며, 공모주 거품 논란, 지수 산정의 문제점 등 시장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걸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