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호기롭게 닻을 올린 제3지대 빅텐트가 11일 만에 좌초됐다. 개혁신당 내부 두 축인 이준석-이낙연이 주도권 다툼 끝 결별을 선언하면서다.
이낙연·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낙연 대표는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 신당 통합 좌절로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드렸다"면서도 통합 실패 이유가 이준석 대표의 사당화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공동대표 한 사람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안건이 최고위원회의 표결로 강행처리됐다. 이는 최고위 표결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준석 대표 측이 자신을 낙인찍고 미리 배제하려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보다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준석 대표 사당화 정황을 설명했다. 그는 "전날 (파행을 겪은) 오전 최고위 회의에서 다른 사람(최고위원)들이 (선거 전권을 이 대표에게 위임하는) 안건을 그냥 통과시키자는 것을 보고 사전에 결심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대표가 오후에는 이에 대해 양보해서라도 합의점을 찾겠다고 했는데도 이것이 묵살됐고, 이준석 대표는 천하람·이원욱을 최고위원으로 올리고 김종인에게 공관위원장을 맡겨서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며 "이를 진행하기 위한 오전 회의 과정이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또 공천관리위원장 인선 등과 관련해서도 이준석 대표의 움직임이 비상식적이었다고 성토했다. 김 대표는 "이낙연 대표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모시는 것을 동의했다"면서도 "김 전 위원장이 다른 자리에서 이낙연이 없어야 자기가 (공관위원장을)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들었고, (이후로) 지난 주말 모든 공방의 핵심이 이낙연을 어떻게 하면 밀어낼 수 있을지로 흘러갔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당직도 이준석 대표 측이 원하는 대로 하고, 선거운동 지휘권도 이 대표 본인에게 달라고 하고, 공천권도 김종인에게 주자고 하면 이낙연은 집에 가라는 얘기 아니냐"며 "이낙연 입장에서는 집에 갈 수 있지만, 이러면 이낙연을 지지해서 제3지대에 참여한 10만 당원이 이 당에 투표를 할 수 있겠느냐. 이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기 때문에 (통합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들은 이준석 대표는 일단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새로운미래 브리핑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할말이야 많지만 애초에 각자 주장과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 국민들 보시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라며 "이제 일을 하겠다. 개혁신당은 양질의 정책과 분명한 메시지로 증명하겠다"고 했다.
다만 김 대표가 말한 이준석의 이낙연 밀어내기 의도를 두고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월요일 최고위 전) 주말에도 김 대표가 저와 활발한 소통을 통해 이견을 확인했다고 한 바가 있다"며 "여러 경로로 4개 세력이 참여한 메신저 단체방 등 논의가 활발히 오간 상태에서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 표결 처리하자는 방식으로 결론이 나 표결하게 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가 해당 회의에서 금태섭·조응천 의원에게 (전권 위임에 대한) 의견을 밝히라고 강하게 요구했고, 두 의원이 찬성 의견을 밝히자 김 대표가 퇴장했다"며 당원 자격 심사 기구 설치 등 나머지 최고위에 올라온 안건에 대해서는 (이낙연·김종민 대표가) 반대 토론도 않고 지금 와서 이같이 밖에서 이야기하는 게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종인 기획설에 대해서도 "이 대표 측 인사인 전직 의원으로부터 김 전 비대위원장을 공관위원장으로 세우자는 제의가 먼저 왔다"며 "또 이 대표가 제게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보라고 해서 의사 타진을 했더니 이미 이틀 전에 이 대표와 김 전 비대위원장이 사석에서 만났다고 한다. 시간상으로 봐도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결별을 선언한 이들은 향후 일단 자체 몸집 키우기에 나설 전망이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짜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종민 대표는 이와 관련 "민주당이 민주당 정신에서 이탈했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 새로운 당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라면서 "이런 민심을 잘 받아서 이분들이 절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당의 기본 목표"라고 했다. 민주당 내 컷오프 인사들 영입을 두고도 "현재 공천 파동이 상상 그 이상"이라며 "의원들 각각의 대응이 나오면 이낙연 대표와 함께 그들과 공감하고 대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도 향후 공관위원장 인선과 본인 지역구 출마 여부에 대해 "경황이 없다"면서도 "남은 세력들 대표자끼리 모여서 금일 중으로 상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