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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임기연장 거부…北 병참기지화 속내 中도 美와 전략경쟁 속 北미사일 관련 제재강화·규탄 지속 거부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2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활동이 종료되게 된 일은 작금의 첨예한 강대국 갈등 구도가 북한 핵무력 증강에 '그린라이트'(용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이번 일은 미중 전략경쟁에 더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외교가 단절되다시피한 미러 갈등 속에 한국의 안보 위협이자 국제 비확산 체제의 악재인 북핵 문제가 어떻게 방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우선 이번 사안은 작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부각된 북러간의 밀월 관계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좀 더 좁혀서 보면, 작년 북러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작된 북한의 대러시아 탄도 미사일 및 탄약 공급과 연결된다.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대북 무기 거래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자신의 위반 행위를 1년에 두 차례 내는 보고서를 통해 지적할 전문가 패널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결국 러시아로서는 안보리의 모든 의사 결정을 좌절시킬 수 있는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이용해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체제를 무력화하는 '권한 남용'을 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 속에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의 동력은 상당히 약화했지만 결의 위반을 상시 감시하고 국제사회에 고발할 공식 기관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대북 제재 체제에 결정적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러시아는 중국과 더불어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긴 했지만 상임이사국 5개 나라의 독점적 핵보유국 지위에 도전하는 북한 핵개발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용인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2년을 넘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유럽의 고강도 제재를 받으며 첨예하게 서방과 갈등중인 러시아는 대서방 관계에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하에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북한을 자신의 '후방 병참기지'로 지속 활용하기 위해 대북 제재 감시의 핵심 수단을 제거하려는 속내가 작용했을 수 있어 보인다. 중국은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함으로써 이번 사태에서는 '조연' 역할을 했지만, 미중갈등 속에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자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 압박에서는 일찌감치 거리를 둬왔다. 트럼프 행정부 첫 해였던 지난 2017년 북한의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 중국은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제재 강화의 '폭'을 낮출지언정 제재 강화 자체에는 동의했었다. 그러나 이후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중국은 미국이 대중국 견제·압박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다른 국제 현안에서도 공조가 어렵다는 입장 하에, 2022년부터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제재 강화 결의는 커녕 규탄 결의조차 거부해왔다.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관계가 '첨예한 갈등'에서 '관리' 국면으로 들어가고, 마약류 단속 등 일부 현안에서 공조도 하고 있지만 '북핵 해결'은 아직 양국의 협력 현안 목록에서 빠져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당분간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조롱하며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 역할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북한에게 제재 강화에 대한 우려 없이 핵·미사일 도발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비핵화 전망을 더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채 군축 협상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례 대면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선 11월 미국 대선 국면에서, 타협 도출이 어려운 현재의 미중러 관계는 북한의 모험주의를 부추길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의 이 같은 행보가 결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핵 독점'을 기초로 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뒤흔듦으로써 자기들 발등을 찍는 일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또 주권과 영토 보전을 해치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국제법을 유린하고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셀프 면죄부'를 준데다, 북한과 공조해 안보리 결의를 무력화한 러시아의 행보는 국제사회의 안보리 재편 논의에 힘을 실을 수 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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