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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학창 시절 체육 시간이 되면 여학생은 피구를, 남학생은 축구를 했다. 누가 정해둔 적은 없었지만 축구는 남자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TV 예능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남자 스포츠로 여겨지던 축구를 배우고 즐기는 여자들이 늘었다. 준프로 체제의 여자축구 리그도 있고,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외에도 배구, 골프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여자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여성 선수를 찾아보기 힘든 스포츠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e스포츠다. '겜돌이를 공략하라'는 어지간한 남자들보다도 게임을 잘하는 여학생 정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로맨스 웹툰이다. 정미는 작중 인기 게임인 레전스에서 무려 전국 최상위 300명에 해당하는 챌린저 티어(등급)의 플레이어다. 게이머 사이에서는 '세모김밥2호'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졌지만, 그가 여고생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5년간 매일 저녁 함께 게임을 하던 친구들도 그를 '세모형'이라고 부른다. 여자는 게임을 못 한다는 편견과 조롱 때문에 상처받았던 정미가 아예 성인 남성인 척하며 게임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같은 고등학교 3학년 선배들이 자기 게임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친구 채희가 이들 가운데 한 명이 강해 선배에게 고백했다가 차인다. 정미는 하는 수 없이 '세모형'의 이름으로 채희의 연애 사업을 도와주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강해 선배는 어쩐지 예쁘장한 채희보다는 수상할 정도로 게임을 잘하는 정미에게 마음이 끌린다. 잘 생기고 모범생인 강해 선배가 게임 속에서는 '힐'(치유) 전문의 귀여운 캐릭터라는 점, 중학생처럼 어리숙해 보이는 정미는 게임에만 접속하면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며 적들을 압살하는 플레이어라는 반전 요소가 신선한 재미를 준다. 게이머라면 공감하기 좋은 포인트들도 눈에 띈다. 프로게이머 연습생이자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용현이 레전스 프로팀 Ren.G와 R1의 결승전 티켓으로 주인공을 꾀어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작중 결승전 대회는 여러모로 리그오브레전드(LoL·롤) 국내 리그에서 1·2위 자리를 두고 줄곧 다퉈온 젠지(Gen.G Esports)와 T1을 그대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이 티켓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게임 팬이라면 홀라당 용현이를 따라가는 정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관련 인터넷 방송과 피시방 대회, 굿즈샵 등 게임 관련 문화도 두루 다뤘다. 신선한 소재와 공감이 가는 이야기는 장점이지만, 중후반부의 급작스러운 전개가 다소 아쉽다. '겜돌이를 공략하라'는 총 42화로 분량이 짧다. 이 때문인지 초반에 쌓아가던 갈등 구조가 흐지부지 풀려버리고 모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마무리된다. 절친인 정미와 채희 사이에 조금씩 쌓이는 불편한 감정이 별다른 계기 없이 해소되고, 자신의 정체를 속여 온 정미와 이를 이미 눈치를 챈 강해, 삼각관계의 한 축이었던 용현 등도 너무나도 어른스럽게 각자의 감정을 갈무리한다. 이런 단점에도 여성 게이머의 시각으로 진행되는 로맨스 웹툰이 지닌 신선한 매력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카카오웹툰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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