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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지난해 영토분쟁 후 평화 협정 체결을 추진해온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영토 경계를 명확히 정리하기로 합의하고 국경 획정을 위한 공동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타스·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샤힌 무스타파예프 아제르바이잔 부총리와 메르 그리고리안 아르메니아 부총리는 19일(현지시간) 양국 접경지역에서 회담하고 주요 국경 쟁점을 정리했다. 아르메니아는 1990년대 초부터 사실상 점유해온 아제르바이잔 내 국경 마을 몇군데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정확히 몇 개 마을이 철수 대상인지를 두고는 정보가 혼재했다. 아르메니아 총리실 측은 텔레그램을 통해 국경 북동부 지역에서 "마을 2곳과 또 다른 마을의 절반 정도를 아제르바이잔에 반환한다"고 전했다. 아제르바이잔 국영통신사인 아자르탁은 자국 외교부 당국자를 인용해 "아르메니아가 국경 마을 4곳을 돌려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마을들은 1991년 옛 소련 해체 후 독립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의 영토 분쟁 과정에서 아르메니아 측이 점유한 곳들이다. 국경으로 따지면 아제르바이잔 영토 안에 있지만 아르메니아 측이 실효적으로 지배한 것이다. 양국은 분쟁 재발을 막기 위해 국경을 획정하기 위한 협정 초안을 오는 7월 1일까지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1991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행정상의 국경을 서로 인정하기로 합의했던 알마아타 선언 당시의 영토 경계를 존중하기로 양국은 의견을 모았다. 양국은 각자 국경 문제에 관해 입법에 필요한 사항을 준비하고 의회 승인 절차 등을 진행하면서 국경 획정 문제를 실질적으로 정리하겠다는 계획이다. 30년간 영토 분쟁을 벌여온 양국이 평화 협상에 나선 건 작년 9월 핵심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벌어진 무력 충돌 이후 승기가 급격히 아제르바이잔 쪽으로 기운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지역은 아제르바이잔 땅이지만 아르메니아계 분리주의 세력이 점유하고 있던 곳이다. 분리주의 세력은 자칭 공화국을 세우고 군대를 운영했다. '캅카스의 화약고'로 불리던 이 지역을 두고 양국은 크고 작은 교전을 벌였다. 그러나 작년 9월 아제르바이잔이 대규모 공습을 감행해 이 지역 내 분리주의 세력을 사실상 무력화하면서 아르메니아는 힘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한 채 평화 협정에 응하는 모양새가 됐다. 아르메니아계 주민 12만명 가운데 10만여명이 아르메니아로 넘어갔다. 이후 유럽연합(EU)과 러시아 등의 중재 하에 남은 아르메니아계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되 아제르바이잔의 통제권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양측 간 협상이 진행돼왔다. prayer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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