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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수술, 취소·연기 잇따라…대학병원 손실도 '눈덩이' (전국종합=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중증 환자와 가족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증이나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되고 있으나 일부 대학병원이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휴진하기로 하면서 다른 병원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공의가 빠져나간 대학병원들의 손실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일부 병원은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다. ◇ "외래진료, 잠시라도 중단 안 돼"…속 타는 환자·가족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에는 외래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최근 논의 중인 주 1회 외래진료·수술을 중단 방안에 대해 모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들 재활 치료를 위해 경기 화성에서 왔다는 A(35)씨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심장 수술을 받아 한 달에 한 번은 병원에 오는데 평소에도 긴 대기시간이 의사 파업 이후 더 길어졌다"며 "일주일에 하루 쉬기까지 하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담도암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라는 나경창(77)씨는 "전공의 파업으로 교수님들이 바쁘고 힘들어하시는 게 눈에 보인다"며 "사람이니까 쉬긴 쉬어야 하겠지만 환자가 이렇게 많은데 병원이 문을 닫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우려했다. 중환자실에 석 달째 입원해 있는 아내 병문안을 왔다는 한 보호자는 "대학병원이 일주일에 하루 쉬는 건 감기 걸린 사람이 병원이 문을 닫아 진료 못 보는 차원이 아니다. 정말 큰 일이고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피부암 중 하나인 흑색종 환자와 가족들이 활동하는 한 온라인 카페에는 "진료 예약이 취소됐다", "수술이 연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등 고민을 토로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지난 19일 올린 게시글에서 "어머니께서 이달 말 한 '빅5' 병원으로 옮겨 흑색종 4기 항암 치료를 받기로 돼 있었으나 최근 예약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4개월 뒤에나 예약받는다는데 좌절감이 너무 크다"고 했다. 그는 "일단 어머니께선 2차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데 힘이 많이 빠진다"며 "다른 '빅5' 병원 본원과 분원 등 여러 곳에 전화해봤지만 모두 항암 치료 환자의 전원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 "의료 사고는 막아야"…일부 대학병원 매주 1회 외래진료 휴진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휴진하기로 했다. 비대위 소속 교수 336명 가운데 136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외래 진료와 수술은 원칙적으로 쉬고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등 응급·중환자 진료와 수술은 지속할 방침이다. 비대위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병원 측과 합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대병원은 "병원의 공식 정책은 아니며, 정상적으로 진료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세종충남대병원 관계자도 "현재까지 금요일에 예정된 수술이 취소되거나 미뤄진 사례도 없다. 병원은 정상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원광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도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수술을 중단하고 5월 3일부터는 매주 금요일마다 외래 진료를 중단할 예정이며, 응급 중환자 진료 수술만 지속한다. 원광대 비대위 관계자는 "교수들의 피로도가 너무 누적돼 물리적 한계에 다다른 만큼 모든 교수들의 동의를 받고 수술 및 진료 축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충북대병원 교수들도 지난 5일부터 "의료진의 고갈된 체력을 보충하고 소진으로 인한 의료 사고를 방지하겠다"며 매주 금요일 개별적 외래 휴진에 들어갔다.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병원은 현재 상시 대기가 필요한 응급 파트는 그대로 유지하고 대신 외래진료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상국립대병원 관계자 "외래진료는 줄이는 식으로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며 응급 파트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이밖에 주 1회 휴진 등은 논의하지 않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 대학병원 손실도 '눈덩이'…비상경영체제 돌입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대학병원 손실액도 늘고 있다. 부산대병원의 누적 손실액은 전공의가 집단 이탈한 지난 2월 20일부터 지난 18일까지 250억원으로 병원은 지난 19일부터 비상 경영체제 3단계에 돌입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필수 분야가 아닐 경우 지출을 최소한으로 하고 있다"며 "직원 단축 근무도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산대병원의 누적 무급휴가 인원은 1천100명으로 휴가 일수는 3일가량이다. 대구 계명대동산병원 응급실은 의료진 부족으로 외과, 치과, 피부과, 성형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신경과, 호흡기내과, 비뇨의학과, 영상의학과 진료가 제한되고 있다. 또 계명대 의대교수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토요일 진료를 중단한 상태다. 영남대병원 응급실은 이날 의료진 부재로 소아과 환자 수용이 불가능하며 신경과 진료가 제한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일반병동 20곳 중 17곳만 운영하고 있으며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은 분산 배치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도 일반병동 2곳을 통합하고 나머지 2곳은 병상수를 줄인 이후 추가 병동 조정을 했으나 공개하지 않고 있다. 충북대병원은 이번 상반기 운영 자금으로 총 500억원을 차입했으나, 교수들의 집단행동으로 자금 소진 시점이 5월로 한 달 앞당겨지는 등 심각한 자금난에 처했다며 수백억 규모의 추가 차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남대병원도 현재 일반병실은 평시 대비 40~50% 수준으로 감소했고, 수술도 평시 대비 30%만 실시하고 있다. 반면 중환자실은 80~90%가 차 거의 만실이다.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초진이 감소하고, 연기된 비응급·비중증 수술의 경우 향후 수술을 일정을 잡지 못해 환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박주영 박철홍 김상연 박성제 박정헌 나보배 백나용 장지현 박세진 김정진 이성민 강태현 기자) minu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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