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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병원 주 1회 외래 진료 등 중단…"의료진 누적 피로 상당" 병상 가동률·수술 건수 줄어들어 병원 경영난도 갈수록 심화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 주요 병원 교수들이 주 1회 외래 진료 휴진 등 진료 축소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입원·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진료와 수술은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추후 전면 휴진에 동참하는 교수들이 늘어날 경우 환자들의 불편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태로 병상 가동률과 수술 건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병원들의 경영난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 "교수까지 떠나면 어떡하지"…커지는 걱정 전공의 사직이 시작된 두 달여 전부터 외래 진료와 수술 일정 연기 등의 불편을 겪어온 환자들은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자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조남용(66) 씨는 지난 해 9월 담도암 수술 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어 이번 사태로 인한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조씨는 "교수들이 사직한다는 뉴스를 보고 간호사들에게 '앞으로 교수님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매번 상황이 바뀌어서 언제 갑자기 진료를 (할지) 안 할지 모른다'고 했다"며 "앞으로 정말 곤란한 상황이 생길까 불안하다"고 했다. 이 병원에서 만난 40대 유방암 환자도 "한 달 전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에서 예정돼 있던 진료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아 이 병원에 왔는데, (교수들이 사직하면) 정말로 받아줄 사람이 없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만난 환자 보호자 김모(62) 씨도 병원 교수들의 휴진·수술 중단 소식에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피부암 수술을 받고 입원 생활을 했던 김씨의 부친은 오는 26일 퇴원하지만, 당분간은 통원 치료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같은 병원에서 오른팔 신경 수술을 받고 이날 퇴원한 임모(72) 씨 역시 "수술받기까지도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했는데, 여전히 병원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니 앞으로도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했다. 김 씨는 "전공의 이탈 사태 때문에 수술도 어렵게 받았는데 교수·전문의까지 휴진한다고 하니 치료받기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 울산대병원을 찾아 진료받은 당뇨병 환자 박모(54) 씨도 "긴급하게 투석할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의사 사직이나 휴진이 영향을 줄까 걱정이 된다"며 "하루빨리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2년 7월 위암 시술을 받고 최근까지도 강원대병원에서 내시경, CT 촬영 등 정기 검진을 받는 김모(52) 씨 역시 진료 축소 조짐에 불안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검진 결과를 제때 확인하고 그에 맞는 조치가 적절히 취해져야 하는데 혹시라도 진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면 치료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 일부 병원 매주 1회 외래 등 휴진…"의료진 피로 극심" '빅5'를 비롯한 주요 대학병원 소속 교수들은 응급·중증·입원 환자 등을 제외한 일반 환자들에 대해 주 1회 전면 휴진 방침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이달 30일 하루 서울대병원에서 응급·중증·입원 환자 등을 제외한 일반 환자 진료를 중단한다.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들도 내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했다. 울산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온오프라인 총회를 열고 "장기간 비상 의료 상황에서 교수들의 정신적, 신체적 한계 때문에 진료와 수술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연세의대, 가톨릭의대, 성균관의대 역시 교수들이 정신적·신체적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휴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도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휴진할 계획이다. 비대위 소속 교수 336명 중 136명이 휴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원광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교수들도 매주 금요일 수술과 외래진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수술은 오는 26일부터, 외래 진료는 다음 달 3일부터 축소될 예정이다. 충북대학교병원 교수들은 지난 5일부터 "의료진의 고갈된 체력을 보충하고, 체력 소진으로 인한 의료 사고를 방지하겠다"며 매주 금요일 개별적 외래 휴진에 들어갔다. 경남 창원·진주 경상국립대병원도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진 피로 누적으로 오는 30일 하루 휴진한다. 경상국립대 의대에 따르면 학교·병원 교수회 비대위는 현재 병원에 남은 의료진들이 주당 70∼100시간 이상 근무로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이 결정했다.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교수회의를 열고 주 1회 휴진 여부를 묻는 구성원 설문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설문조사는 이날부터 실시되며 외래 또는 계획 수술(응급수술 제외) 주 1회 중단 등에 대한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부산대어린이병원 소아 응급실도 다음 달 6일부터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야간 진료를 중단한다. 부산대어린이병원 소아 응급실의 경우 전문의 1명과 계약직 의사 5명이 근무해왔다. 그러나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에서 투입한 공보의가 다음 달 5일까지만 근무하고, 기존 의료진도 근무 부서를 옮기게 되면서 진료를 축소하기로 했다. 부산시와 양산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한 뒤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 병상 가동률·수술 건수 급감…병원 경영난 악화 빈 자리를 채우던 교수들까지 근무를 줄인다면 향후 주요 병원들의 경영난도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대병원은 이번 상반기 운영 자금으로 총 500억원을 차입했으나, 교수들의 집단 행동으로 자금 소진 시점이 다음 달로 한 달 앞당겨지는 등 심각한 자금난에 처했다. 병원 측은 이로 인해 수백억 규모의 추가 차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대병원의 누적 손실액은 전공의가 집단 이탈한 지난 2월 2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250억원으로, 병원은 지난 19일부터 비상 경영체제 3단계에 돌입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필수 분야가 아닐 경우 지출을 최소한으로 하고 있다"며 "직원 단축 근무도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대병원도 진료가 축소 계속되면 병원 경영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주 지역에서 유일한 이곳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인력은 의대 정원 증원 반발 문제에다가 출산, 장기 연수까지 맞물리면서 당장 다음 달부터 기존 5명(전공의 포함)에서 다음 달 2명으로 줄고, 오는 8월부터는 1명만 근무하게 된다.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부족 등 이유로 이달에만 임산부 3명이 헬기를 타고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송된 상황에서 앞으로 의료진까지 줄게 되면 의료 공백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일반병실은 평시의 40~50% 수준으로 감소했고, 수술도 평시 대비 30%만 실시하고 있다. 초진을 받기 힘들고, 연기된 비응급·비중증 수술의 경우 향후 수술 일정을 잡지 못해 환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 1회 휴진까지 가시화되면 불편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의료진 부재로 이날 기준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대장항문외과 진료가 제한됐다. 또 외과는 매주 수·목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종합상황판에 공지했다. 영남대병원 응급실은 이날 기준 의료진 부재로 소아외과 환자 수용이 불가능하며, 신경과는 진료가 제한되고 있다. (박철홍 이주형 강태현 나보배 신민재 백나용 황수빈 박정헌 장지현 박성제 이성민 이미령 김솔 기자) s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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