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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레프트 크다! 크다! 레프트 크다! 홈∼런! 홈런입니다. 석 점 홈런!" 1984년 10월9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롯데 6대4 승)에서 롯데 자이언츠 유두열(1956∼2016)이 역전 3점 홈런을 쳤을 때 KBS 중계를 맡았던 백하(白霞) 이장우(李章雨) 전 KBS 아나운서 실장이 26일 오전 11시47분께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7세. 1937년생인 고인은 한국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61년 MBC 개국을 앞두고 1기 아나운서로 선발됐고, 1964년 라디오서울(RSB·동양방송 전신)로 스카우트되어 같은 해 12월7일 동양방송(TBC) TV의 개국 방송을 진행했다. 김성호 한국방송연구회장은 책 '한국아나운서통사'(2013)에서 "동양방송 아나운서실의 기틀을 잡는데 혼신을 다했는데, 치밀하면서도 대범한 성격이라 초석을 마련하는데 적임자였다"고 적었다. 뉴스와 야구·농구·배구·수영·레슬링 등 스포츠 중계방송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고교야구 중계에서 인기를 끌었다. '한국아나운서통사'는 "굵고도 명쾌한 톤의 음성으로 간결하게 풀어가는 원숙미로 지식층에 많은 팬을 가지고 있었다"고 기록했다. 1980년 방송 통폐합으로 KBS로 옮겼다. 1982년 방송월보(2월호)에 실은 '위성시대에 스포츠캐스터에게 요구되는 것'이라는 글에서 "스포츠캐스터의 요건은 '입'이 빨라야 함은 오랜 정설임과 동시에 오늘의 시점으로 보아도 옳은 말"이라고 설파했다. 1986년부터 3년간 KBS 아나운서실장을 맡아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방송을 총지휘했다. 당시 스포츠캐스터 전원에게 복수(複數)의 전담 종목을 정하게 한 뒤 경기 규칙과 강팀 전력 분석 등을 담은 '88 올림픽 종목별 가이드북'을 만들게 했다. 이계진 한국아나운서클럽 회장은 책 '(이규항 김승한 이장우) 3인 아나운서 이야기'(2015)에서 "깔끔한 성품처럼, 캐스터가 장황하거나 군더더기 있는 중계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아나운서들에게 깔끔하고 감칠맛 나는 표현의 세련된 중계방송을 요구했다"고 했다. 고인과 함께 야구 중계로 유명했던 유수호 전 아나운서는 같은 책에서 "'입추의 여지없는', '천고마비의 계절' 같은 상투적인 멘트를 못 하게 하셨고, '실내체육관'은 '역전앞'처럼 '의미중첩어'라며 그냥 '체육관'으로 하라고 했다"고 기억했다. KBS 시절 1982년 개막 경기를 비롯해 프로야구 주요 경기 중계를 맡았다. 3월27일 삼성 대 MBC전 10회말 7-7 동점 상황에서 MBC 이종도가 만루홈런을 쳤을 때도 "아∼레프트! 레프트 크다! 레프트, 레프트, 레프트! 홈∼런! 만루홈런∼!"이라고 중계했다. 스포츠 중계가 언제 앞당겨질지 모르니 현장에 일찍 도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수호 아나운서는 '3인 아나운서 이야기'에서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했고 중계방송이 더욱 활기를 띠던 어느 날, 광주 무등야구장에 넉넉히 두 시간 전에 도착했더니 벌써 TV 중계를 위해 이장우 아나운서가 와 있었다. '뱃놈은 말이지, 놀아도 뱃전에서 놀아야 해!'라고 하셨다."며 "(그래서) 요즘도 중계방송 시작 3시간 전에는 현장에 도착한다"고 썼다. 1995년 퇴직 후 한국스포츠TV 이사대우 방송위원으로 일했고, SBS에서도 프로야구 중계를 맡았다. 이계진 회장은 "맛과 멋을 아는 아나운서였다"고 회상했다. 유족은 부인 고정자씨와 사이에 2남(이상윤·이상엽)이 있다. 형 이홍우씨도 1961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한 방송인이다. 빈소는 은평성모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 28일 오전 6시. ☎ 02-2030-4457 chungwon@yna.co.kr ※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jebo@yna.co.kr(확인용 유족 연락처 필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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