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가운데, 미국 정보당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살해 명령을 내리진 않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가정보국(DNI), 국무부의 정보 관련 부서 등이 공유한 이 같은 평가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발니의 죽음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책임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지만, 나발니가 의문사한 시점에 이를 명령하진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일부 소식통들은 이번 평가가 기밀 정보, 그에 대한 분석, 공개된 사실 등을 토대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정보당국이 나발니의 사망 경위를 어떻게 평가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WSJ은 나발니의 사망을 둘러싼 정확한 상황은 완전히 파악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 당국의 평가에 일부 유럽 국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유럽의 정보 당국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통치하는 러시아가 엄격하게 통제되는 체제라는 점을 강조,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의 죽음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미국 정보당국의 의견을 의심한다고 밝혔다.
나발니의 오랜 측근인 레오니드 볼코프도 “푸틴 대통령이 이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러시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푸틴이 나발니의 살해를 알지도, 이를 승인하지도 않았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DNI와 주미 러시아 대사관은 WSJ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며, 지난 2월 16일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복역 중에 갑자기 사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과 그의 깡패들이 한 어떤 행동에 따른 결과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분노를 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침묵하다 지난 3월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5선을 확정한 뒤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슬픈 일”이라며 처음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