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2일 국회 문턱을 넘자, 여야의 공방이 시작됐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로 해당 법안이 단독 처리되자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밝힌 반면,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는 총선 민심을 거스르는 행태"라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야당이 재의결을 추진할 경우에 대한 입장에 대해선 "애초에 이 법을 선거에 악용하기 위해 정치 공세를 해왔다"며 "선거에 이겼다는 자신감으로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겠다는 저의가 깔려있는 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과 야당 원내대표가 여당 원내대표를 기만하고 의사일정을 변경해도 양당 간 숙의 시간을 주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짬짜미돼 입법 폭주한 것은 개탄스럽고 국민들과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비극적 사건마저도 정쟁에 이용하는 민주당의 비정함을 국민이 지켜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민주당이 자행한 오늘의 의회 폭거는 대한민국 헌정사의 또 다른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의회 정치의 복원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결국 민주당 마음대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법 기관이 수사 중인 사안을 가로채 별도의 특검을 통해 다루겠다는 것은 결국 민주당 입맛에 맞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를 특검으로 세워 사건을 정치적 도구화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대한민국의 사법 기관을 신뢰하지 못할 것이라면 민주당 거대의석의 무소불위 권력으로 탄생시킨 공수처를 폐지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야권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총선에서 확인된 민의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오늘 통과된 법안들은 모두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법으로,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최 원내대변인은 "국가 최고의 권력기관인 대통령실도 관여했다는 정황이 있는 만큼 특검을 통한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국민의힘은 해병대원 순직 특검법 처리 과정에서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갔고, 윤 원내대표는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며 민의를 걷어차려 한다"며 "국민의힘에 국민께서 지켜보고 있음을 엄중하게 인식하라"고 경고했습니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이 법안이 정부로 넘어가는 대로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여 공포해야 할 것"이라며 "거부권은 조자룡의 헌 칼이 아니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실 개입 의혹만으로도 채상병 특검법이 필요한 이유는 충분히 설명된다"며 "윤 대통령은 거부권 생각도 하지 말고, 성실히 협조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