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귀빈용 숙소 건물에 몰래 설치됐던 폭탄에 의해 암살된 것으로 밝혀졌다.
|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암살된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의 장례식에서 애도객들이 그의 관을 옮기고 있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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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전투기나 공격용 무인기(드론)가 하니예 숙소에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그러나 이란의 방공 시스템을 회피하고 수도 한복판에서 대담한 공습을 감행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컸다.
예상과 달리 암살 작전은 사전에 계획됐으며, 보안시설의 경비 허점을 뚫고 틈새를 노려 폭탄을 밀반입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의 삼엄한 경호를 뚫고 암살에 성공했고, 정보 및 보안의 실패까지 드러나 자존심을 구긴 상황이라 이란의 보복 수위에 국제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모두 익명을 요구한 이란 관료 2명을 포함한 중동 국가 관료 7명과 미국 관료 1명에 따르면 하니예는 그가 머물던 테헤란 영빈관에 은밀히 밀반입된 폭발 장치에 의해 암살당했다고 보도했다.
하니예는 이란 대통령 취임식을 위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방문 중이었다. 이 폭탄은 약 2개월 전 해당 귀빈 숙소에 설치됐으며, 하니예가 방에 들어간 게 확인된 후 원격 조정으로 폭발됐다고 5명의 중동 관리들은 전했다. 이 폭발로 하니예와 경호원 한 명이 사망했다.
2명의 이란 관리들은 폭발 탓에 건물이 흔들렸고 일부 창문이 깨졌으며 외벽 일부가 무너졌다고 혁명수비대 대원들이 브리핑한 결과를 전했다. 이러한 피해는 NYT이 이란 당국자로부터 확인한 하니예가 살해된 건물 한쪽이 훼손된 6층 짜리 건물 사진에서도 드러난다.
하니예가 묵은 귀빈 숙소는 테헤란 북부의 ‘네샤트’로 알려진 복합 시설에 속한 건물로,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가 경호를 맡고 있었다. 주로 카타르에 머물러왔던 하니예는 이란 테헤란에 방문할 때 해당 귀빈 숙소에 여러차례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새벽 2시께 하니예의 암살 사건 발생 후 이란 관리들과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암살의 배후로 지복했으며,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도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
|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하마스 지도자 고 이스마일 하니예의 장례식에 많은 군중이 몰렸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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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중동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암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사건 직후 미국과 다른 서방 정부에 작전의 세부 사항에 대해 브리핑했다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하니예 암살 사건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3명의 이란 관리들은 이번 암살 작전은 이란의 정보와 보안에 있어 치명적인 실패였으며, 하니예와 같은 귀빈을 모시는 시설을 경호하는 혁명수비대에게 엄청난 당혹감을 안겨줬다고 전했다. 다만 폭탄이 귀빈 숙소에 어떻게 밀반입 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니예의 장례식에 참석한 이란 지도부는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을 암살 주체로 지목하고 보복을 다짐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마즐리스) 의장은 장례식 연설에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은 이란 영토에서 야습을 저지른 것에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이것(암살)이 미국의 지원과 협력 속에 이뤄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 이 범죄에 대응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