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오마카세, 호캉스, 명품백.
MZ세대 사이에서 부를 과시하는 수단들입니다. 명품백을 들고 한 끼에 수십만원에 이르는 오마카세를 먹으면서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상을 SNS에 올리는 것이 한때 젊은 남녀의 문화였습니다. 이른바 플렉스를 즐기는 것이죠.
제로 금리 정책으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가 가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시대가 이어지면서 플렉스라는 말은 들리지 않게 됐습니다.
MZ세대의 소비 미덕이 바뀐 것입니다. 플렉스 대신 짠물 소비가 득세했습니다. 오마카세가 아닌 5000원 이하의 편의점 도시락을 찾고, 소비보다 저축에 몰두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꼭 MZ세대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전반적인 소비 행태가 초저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굳어졌다는 게 유통업계 전언입니다. 같은 상품이면 조금이라도 저렴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찾고, 국내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가격에 공산품을 판매하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이용자가 몰리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고물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을 기준(100)으로 잡았을 때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102.50 △2022년 107.72 △2023년 111.59로 오름세를 보였는데요. 지난 4년간의 물가 상승률은 11.6%입니다. 특히 2022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1%를 기록하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주요국이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펼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졌고, 여기에 2022년 초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키웠습니다. 이상기후 심화로 생산량이 줄어든 농산물은 가격이 크게 뛰었습니다.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서 기업도 어려워졌습니다. 소비재를 유통·판매하는 유통기업들은 불황의 시기를 버티기 위해 희망퇴직, 본사 이전 등을 단행하며 몸집을 줄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경제 흐름으로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점입니다. 한 전문가는 소득의 양극화가 소비의 양극화를 낳았다고 평했습니다. 고물가에 취약한 서민들의 소득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소비 패턴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서민들은 씀씀이를 줄이며 3고 시기를 버티고 있습니다. 당분간 경제 여건 개선이 불투명한 만큼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보다 요노(YONO, You Only Need One)의 외침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당장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닌 꼭 필요한 소비를 하는 것이 고물가 시대를 사는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