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하상렬 기자] 우리나라 수출이 2월 들어 소폭 반등했다. 지난달 16개월 만에 감소했으나 한 달 만에 반등한 것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확정하고 ‘상호 관세’ 부과도 예고한 가운데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은 2월1~1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이 148억 8000만달러(약 21조 6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늘었다고 11일 밝혔다.
주요 품목 중 반도체(28억달러)와 승용차(14억달러) 수출은 각각 1.8%, 27.1% 증가했으나 석유제품(11억달러)와 철강제품(9억달러)은 각각 22.3%, 8.8% 감소했다. 또 대중국 수출(30억달러)은 4.5% 늘어난 반면 대미국 수출(26억달러)은 8.6% 줄었다.
불안한 출발이다. 수출액이 전년대비 소폭 늘었다고는 하지만 조업일수가 6.5일(토=0.5일)에서 7일로 늘었다는 걸 고려하면 추세적으론 사실상 감소에 가깝다. 실제 이 기간 조업일수 변화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대비 6.4% 감소했다. 일평균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만의 감소 조짐이다.
이 기간 수입액도 171억 1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0.3% 증가했다. 원유(24억달러)와 가스(8억달러) 수입은 각각 19.2%, 13.7% 줄었으나, 우리 수출에 필요한 중간재인 반도체(22억달러)와 기계류(9억달러) 수입이 각각 21.8%, 14.7% 늘었다.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도 있다. 10일까지의 무역수지는 22억 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통상 월초는 수입이 몰리고 월말은 수출이 몰리지만, 지난달 21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번 달 월말 흑자 전환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과 함께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한 후 이를 보여주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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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불확실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에도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계획을 확정했다. 한국의 4대 수출품목인 철강의 대미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주요국 대상 한 상호 관세 부과도 시행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공교롭게 우리의 대미 수출은 이달 들어 큰 폭 줄었다. 1~10일 대미 수출액(26억달러)은 8.6% 줄어든 반면 대미 수입액(21억달러)은 21.0% 늘며 무역수지 흑자 폭이 5억달러로 줄었다. 반면 대중국 수출(29억 5000만달러) 4.5% 늘어난 반면 수입(30억 3000만달러)로 15.0% 줄어들면서 무역수지 적자 폭이 1억달러 미만까지 줄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주요국에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 축소와 중국산 중간재 공급망 배제를 직·간접 요구해오고 있는데 우리 수출구조가 이에 부응하는 형태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조익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반도체 호조와 자동차 수출 반등에 힘입어 2월 전반적으론 수출 증가와 무역수지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에 대해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